해리 케인(33, 바이에른 뮌헨)이 마침내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로 인정받았다. 월드컵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없이 발롱도르를 차지했다. 잉글랜드 선수로는 25년 만의 수상이자 바이에른 뮌헨 선수로는 45년 만의 영예다.
영국 'BBC'는 27일(한국시간) "해리 케인이 런던에서 열린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로 선정되며 2001년 마이클 오언 이후 처음으로 발롱도르를 수상한 잉글랜드 선수가 됐다"라고 보도했다.
유럽축구연맹(UEFA)과 프랑스 풋볼이 공동 주최하는 '2026 발롱도르' 시상식은 27일 영국 런던에서 열렸다. 이날 남자 발롱도르 수상자로 케인이 호명됐다. 킬리안 음바페(레알 마드리드)가 2위, 라민 야말(바르셀로나)이 3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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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은 역대 다섯 번째로 발롱도르를 수상한 잉글랜드 선수가 됐다. 앞서 스탠리 매튜스(1956년), 보비 찰턴(1966년), 케빈 키건(1978년·1979년), 마이클 오언(2001년)이 이 상을 받았다.
영국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스코틀랜드 출신 데니스 로(1964년)와 북아일랜드 출신 조지 베스트(1968년)도 발롱도르를 수상했다.
바이에른 뮌헨에도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바이에른 소속 선수가 발롱도르를 받은 것은 1981년 카를하인츠 루메니게 이후 무려 45년 만이다.
케인은 수상 직후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런던에서 이 상을 받게 돼 더욱 특별하다. 나에게 투표해 준 모든 분께 감사하다. 올해는 선택하기 정말 어려웠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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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오늘 이 자리에는 세계적인 선수들이 많이 모였다. 모든 수상자와 후보들에게 축하를 전한다. 이번 수상은 결단력과 노력이 무엇을 이뤄낼 수 있는지 보여주는 놀라운 결과"라고 소감을 밝혔다.
잉글랜드 대표팀을 이끄는 토마스 투헬 감독도 축하를 전했다. 투헬 감독은 "오래전부터 케인의 경기력을 설명할 만한 최고의 찬사를 모두 써버렸다. 이제 축구계가 그의 능력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는 사실이 정말 기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5년 만에 이 영예를 안은 첫 잉글랜드 선수가 됐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그가 우리의 주장이라는 사실은 행운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 순간을 즐긴 뒤 다시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 골을 넣고 축구 경기에서 승리하는 일로 돌아올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덧붙였다.
케인이 발롱도르를 수상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압도적인 득점력이다.
2025-2026시즌 케인은 바이에른 뮌헨 소속으로 공식전 51경기에 출전해 무려 61골을 터뜨렸다. 뮌헨 구단 역사상 단일 시즌 최다 득점 기록이다.
게르트 뮐러와 루메니게,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등 세계적인 골잡이들이 거쳐 간 뮌헨에서도 누구도 달성하지 못했던 기록이다.
케인이 기록한 61골은 지난 시즌 유럽 5대 리그 소속 선수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골을 넣은 선수보다 무려 19골 많은 수치였다.
유럽 5대 리그 소속 선수가 한 시즌에 61골을 기록한 것은 2014-2015시즌 레알 마드리드에서 활약하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이후 11년 만이다.
대회별 기록도 압도적이었다. 케인은 분데스리가에서 36골을 기록하며 득점왕에 올랐다. 2위와의 격차만 17골이었다. 챔피언스리그에서는 14골을 넣으며 뮌헨의 4강 진출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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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축구협회(DFB) 포칼에서도 10골을 몰아쳤다. 특히 슈투트가르트와 결승에서는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3-0 승리를 이끌었다. 독일 슈퍼컵에서도 한 골을 추가했다.
잉글랜드 대표팀 기록까지 더하면 득점 수치는 더욱 놀라워진다.
케인은 지난 시즌 대표팀에서 12골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6골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터졌다. 소속팀과 대표팀을 합쳐 65경기 73골 8도움이라는 경이로운 성적을 남겼다.
이는 유럽 주요 리그에서 활약한 선수들의 단일 시즌 득점 기록을 통틀어도 역사적인 수준이다.
케인보다 더 많은 골을 기록한 선수는 2011-2012시즌 바르셀로나와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 82골을 터뜨린 리오넬 메시뿐이다.
케인 다음으로는 게르트 뮐러가 1972-1973시즌 72골을 기록했다. 호날두는 2011-2012시즌과 2014-2015시즌 각각 66골을 넣었고, 브라질의 호나우두도 1996-1997시즌 66골을 기록했다. 엘링 홀란(2022-2023시즌)과 루이스 수아레스(2015-2016시즌)는 각각 64골을 넣었다.
잉글랜드의 전설적인 공격수 앨런 시어러 역시 케인의 수상을 지지했다.
시어러는 최근 BBC를 통해 "발롱도르 수상자는 케인이 돼야 한다. 지난 12개월에서 18개월 동안 뮌헨과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기록한 수치는 정말 믿기 어려울 정도다. 바로 그런 이유로 케인이 받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잉글랜드 국가대표 출신 대니 머피도 "케인의 득점 행진은 끊임없었고 대단했다. 선수 생활을 통틀어 최고의 시즌 중 하나를 보냈다. 지난 12개월 동안 세계 최고의 센터포워드였다"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수상이 주목받는 이유는 케인이 축구계 최고 권위의 두 대회인 월드컵과 챔피언스리그에서 모두 우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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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은 뮌헨에서 분데스리가와 DFB 포칼을 제패하며 독일 더블을 달성했다. 그러나 챔피언스리그에서는 4강에서 탈락했고, 잉글랜드 대표팀에서도 월드컵 4강 탈락의 아쉬움을 겪었다.
그럼에도 발롱도르를 차지했다. 이는 최근 발롱도르 수상 경향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인 결과다. BBC에 따르면 최근 20년 동안 월드컵과 챔피언스리그,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코파 아메리카 가운데 어느 대회에서도 우승하지 못한 선수가 발롱도르를 수상한 사례는 이번 케인을 포함해 단 다섯 차례다.
앞서 이러한 조건에서 발롱도르를 수상한 선수는 메시가 세 차례, 호날두가 한 차례 있었다. 여기에 케인이 이름을 올렸다.
1995년 발롱도르 수상 자격이 유럽 선수에서 전 세계 선수로 확대된 이후 월드컵이 열린 해에는 월드컵 우승국 선수들이 유리한 위치를 점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2023년 메시 역시 2022 카타르 월드컵 우승을 바탕으로 발롱도르를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파리 생제르맹(PSG)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끈 우스만 뎀벨레가 정상에 올랐다.
이번에도 스페인의 월드컵 우승을 이끈 야말이 강력한 후보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최종 선택은 케인이었다. 주요 국제대회 우승보다 개인의 압도적인 경기력이 더 높은 평가를 받은 셈이다.
케인의 발롱도르 수상은 이미 새로운 시즌을 향한 기대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케인은 2026-2027시즌에도 놀라운 득점력을 유지하고 있다. 바이에른에서 치른 시즌 첫 12경기에서 10골을 기록했고, 잉글랜드 대표팀에서도 UEFA 네이션스리그 4경기에서 6골을 넣었다.
소속팀과 대표팀을 합치면 16경기 16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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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에른은 분데스리가와 챔피언스리그에서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다. 이번 시즌에도 케인이 현재 득점력을 유지하면서 팀의 트레블까지 이끈다면 발롱도르 2연패도 충분히 노려볼 수 있다는 평가다.
메시와 호날두를 제외하고 발롱도르 2연패를 달성한 마지막 선수는 1988년과 1989년 수상자인 마르코 판 바스턴이다.
다만 경쟁자들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야말은 지난 두 차례 발롱도르에서 모두 2위에 머물렀다. 이번 시즌에는 바르셀로나 소속으로 라리가와 챔피언스리그 13경기에 출전해 10골 10도움을 기록하며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다.
만약 야말이 내년 발롱도르를 수상한다면 20세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 수상자가 된다. 기존 기록은 1997년 21세의 나이로 수상한 브라질의 호나우두가 보유하고 있다.
올해 2위에 오른 음바페 역시 첫 발롱도르를 노린다. 그는 소속팀과 대표팀을 통틀어 이번 시즌 13경기에서 14골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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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에게 이번 발롱도르는 개인 통산 첫 수상이라는 의미를 넘어선다. 과거 발롱도르 최고 순위가 10위였던 그는 33세에 세계 정상에 올랐다.
토트넘 홋스퍼 시절 손흥민과 함께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공격 조합을 구축하고도 주요 우승 트로피와 인연을 맺지 못했던 케인은 뮌헨 이적 이후 우승의 한을 풀었다. 이제는 세계 최고의 선수라는 영예까지 얻었다.
월드컵도, 챔피언스리그도 우승하지 못했다. 그러나 65경기 73골이라는 압도적인 기록은 케인을 발롱도르의 주인공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