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택은 80분을 뛰었고, 정승원에게는 10분이 주어졌다. 송민규는 끝내 출전하지 못했다. 공격이 풀리지 않았던 베네수엘라전, 모레노 감독의 측면 활용에 질문이 남았다. 조현택에게 책임을 묻고자 하는 취지의 글이 아니다.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2일 오후 8시 울산종합운동장에서 베네수엘라와 맞대결을 펼쳐 0-0으로 비겼다. 우루과이전 1-4 대패 이후 반등을 노렸지만, 이번에는 득점 없이 경기를 마쳤다.
한국은 손흥민과 오현규를 최전방에 세우고 이강인과 김민수 등을 선발로 내세웠다. 왼쪽 수비수 조현택에게는 공격 상황에서 높이 올라가 측면의 폭을 확보하는 역할을 맡겼다.

풀백을 전진시키는 선택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상대 수비를 넓게 벌리고 공격 숫자를 늘리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날 한국은 조현택의 전진을 위협적인 공격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전반 40분이 지나도록 슈팅이 없었다. 양쪽 측면에서 공을 전진시키기 어려웠고, 이한범이 최전방으로 보내는 긴 패스도 효과가 부족했다. 전반 45분 설영우의 크로스를 조현택이 슈팅으로 연결하면서 뒤늦게 골문을 위협했다.

문제는 공격이 막힌 상황에서도 다른 측면 자원을 활용하는 변화가 늦었다는 점이다. 정승원과 송민규라는 선택지가 있었지만, 조현택을 높이 올리는 방식이 충분한 효과를 내지 못하는 동안 새로운 공격 조합을 일찍 시험하지 않았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에 따르면 조현택은 80분 동안 터치 49회, 패스 성공 16회로 경기를 마쳤다. 패스는 27차례 시도해 성공률 59%를 기록했다. 긴 패스는 7차례 중 2차례만 연결됐고, 기회 창출은 없었다. 드리블도 한 차례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조현택이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수비적 행동 13회, 걷어내기 7회, 가로채기 5회를 기록했다. 상대 공격을 차단하는 데 기여했다. 다만 수비에서의 기여와 높은 위치에서 공격의 해법을 제공했는지는 구분해서 평가해야 한다.
조현택의 상대 박스 안 터치는 1회였다. 한국 전체도 7회에 그쳤다. 측면에서 폭을 확보한 뒤 박스 안으로 진입하거나 결정적인 패스를 전달하는 과정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결과다.
정승원은 10분 동안 공을 8차례 만졌다. 패스 7개를 모두 성공시켰고 기회도 한 차례 만들었다. 추가시간 이동경에게 연결한 패스는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이어졌다. 득점은 나오지 않았지만, 짧은 출전 시간 안에 공격을 슈팅으로 연결했다.
물론 10분을 뛴 정승원의 패스 성공률과 80분을 소화한 조현택의 수치를 단순 비교해 우열을 가릴 수는 없다. 역할과 경기 상황도 달랐다. 정승원을 일찍 넣었다면 반드시 공격이 풀렸을 것이라고 단정할 근거도 없다.

공격이 장시간 정체됐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정승원의 투입으로 다른 측면 조합을 시험할 시간을 더 확보할 수는 있었다. 송민규 역시 출전 기회를 받지 못하면서 한국은 또 하나의 공격 선택지를 사용하지 않은 채 경기를 끝냈다.
조현택을 빼고 공격수를 넣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수비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측면 선수의 위치와 조합을 바꾸는 방법은 있었다. 왜 기존 방식을 오래 유지했고, 정승원과 송민규의 활용은 뒤로 미뤘는지 설명이 필요한 이유다.
모레노 감독은 경기 전 "선수들이 개인적인 성과가 아니라 팀적인 성과를 위해 뛰면 좋은 경기가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수에게 팀을 위한 역할을 요구했다면, 감독 역시 그 역할이 효과를 내고 있는지 판단하고 조정해야 한다.
조현택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조현택은 '코리안 베일'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공격력이 좋은 풀백이다. 하지만 정승원은 이번 시즌 K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윙포워드이며, 송민규는 유럽 진출까지 이뤄낸 공격수다.
풀리지 않는 공격을 어떤 선수와 어떤 방식으로 바꿀 것인지에 관한 감독의 선택이다. 조현택에게 주어진 80분, 정승원에게 허락된 10분, 송민규에게 돌아가지 않은 출전 기회. 무득점으로 끝난 베네수엘라전이 남긴 질문이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