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 그 자체였다.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에이스의 존재감을 제대로 보여줬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 투수 크리스 페덱이 ‘미리 보는 한국시리즈’로 관심을 모은 KT 위즈와의 맞대결에서 무실점 쾌투를 선보이며 선두 탈환을 이끌었다.
페덱은 지난 29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T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최고 153km의 빠른 공을 앞세워 커브, 투심 패스트볼, 컷패스트볼, 체인지업, 스위퍼 등 다양한 구종을 섞어 KT 타선을 잠재웠다.

마지막 고비도 스스로 넘었다. 6회 2사 2,3루 위기에 몰린 페덱은 유준규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포효했다. 자신의 마지막 힘까지 쏟아부은 승부였다. 삼성은 페덱의 호투를 앞세워 KT를 4-2로 꺾고 선두 자리를 되찾았다.

경기 후 만난 페덱은 KT 타선의 끈질김부터 이야기했다.
그는 “KT 타선이 아주 강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평소 같으면 헛스윙이 나와야 하는데 파울이 많아지면서 투구수가 늘어났다”면서 “가을 무대에서 다시 만날 수 있는 상대이기에 대비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선두 자리가 걸린 맞대결에서 승리를 이끌었다는 의미도 남달랐다. 페덱은 “팀 입장에서는 아주 중요한 경기였는데 승리를 거두게 돼 기분이 정말 좋다”고 활짝 웃었다.
시즌 4승째를 거둔 페덱은 자신의 공을 앞세우기보다 주변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동료들뿐만 아니라 코칭스태프와 전력 분석 파트에서 잘 도와준 덕분이다. 경기 중 강민호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했다.

특히 6회 마지막 위기에서 강민호와 나눈 대화가 결정적이었다.
페덱은 2사 2,3루에서 유준규를 상대하기 전 강민호를 마운드로 불렀다. 그는 “투구수가 많았고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짧은 휴식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제게 남아 있는 에너지를 모두 쏟아붓고 싶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그 상황에 집중해 한 타자만 잘 잡고 싶었다. 강민호와 이야기가 잘 통해 삼진을 잡아낼 수 있었다”며 베테랑 포수에게 고마움을 나타냈다.
이날 승부에는 또 하나의 특별한 인연이 있었다. KT 선발 로건 앨런은 페덱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다. 미국에서 함께했던 두 투수가 돌고 돌아 한국에서, 그것도 선두 자리를 놓고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그러나 승부의 세계에서 우정은 잠시 접어뒀다. 페덱은 “중요한 경기에서 로건과 맞붙을 수 있어 너무나 기뻤다. 오늘 6이닝 동안 로건은 저와 친구 사이가 아니었다. 사적인 감정은 잠시 접어두고 승부에 집중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마운드에서 내려온 뒤에는 다시 친구로 돌아갔다. 페덱은 “선발 임무를 마치고 나서 로건에게 정말 잘했다는 덕담도 건넸다. 미국에서 함께 뛰었던 로건과 돌고 돌아 한국에서 만나게 돼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또 “로건이 마운드에서 던지는 걸 보면서 건강하고 공격적인 승부가 인상적이었다. 너무나도 뜻깊은 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로건은 이날 5⅔이닝 9피안타 2볼넷 5탈삼진 4실점을 기록했다.
박진만 감독도 페덱의 투구에 엄지를 세웠다. 그는 “우리 에이스가 오늘도 정말 멋진 피칭을 해줬다. 정타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투구였다”고 극찬했다.
선두 탈환이 걸린 경기에서 6이닝 무실점. 옛 동료와의 우정도 잠시 내려놓고 승부에 모든 것을 쏟았다. 페덱이 왜 삼성의 ‘에이스’인지 보여준 한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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