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에르 아기레(68) 전 멕시코 축구대표팀 감독이 한국 대표팀 차기 사령탑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멕시코 현지에서도 관련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름값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과의 인연은 눈길을 끌지만, 실제 선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멕시코 'TV아즈테카'는 11일(이하 한국시간)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16강 탈락 이후 멕시코 대표팀을 떠난 아기레 감독이 곧바로 다른 국가대표팀의 관심을 받고 있다"라며 "복수 보도에 따르면 아기레 감독은 대한축구협회의 차기 감독 후보군에 포함됐다"라고 전했다.
매체는 "한국은 2030 월드컵을 목표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아기레 감독은 가장 매력적인 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 떠올랐다"라며 "대한축구협회가 며칠 안에 아기레 감독 측과 접촉해 한국 대표팀 감독직에 대한 의사를 확인할 계획이라는 보도도 나왔다"라고 설명했다.

아기레 감독의 한국행 가능성은 스페인 '아스' 멕시코판과 멕시코 현지 방송을 통해 먼저 제기됐다.
아스는 아기레 감독이 약 30년에 걸친 지도자 생활을 마치고 은퇴를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이번 월드컵에서 보여준 성과를 바탕으로 여러 국가대표팀과 구단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멕시코 '폭스 스포츠'의 카를로스 로드리고 에르난데스 기자도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아기레가 국제 무대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라며 "멕시코 대표팀을 떠난 뒤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대표팀의 관심을 받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아기레 감독은 이번 월드컵에서 멕시코를 16강으로 이끌었다. 멕시코는 조별리그에서 한국, 체코,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모두 꺾고 A조 1위로 토너먼트에 올랐다. 32강에서는 에콰도르를 2-0으로 제압했다.
16강에서는 잉글랜드를 상대로 접전을 벌인 끝에 2-3으로 패했다. 멕시코는 주축 선수들의 잇따른 부상과 뚜렷한 스타 부재 속에서도 조직력을 앞세워 경쟁력을 보여줬다.
오랜 지도자 경력을 지닌 아기레 감독은 이번 대회를 통해 여전히 국제 무대에서 통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멕시코 대표팀 사임 직후 사우디아라비아 알 이티하드로부터 제안을 받았지만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 아기레 감독의 이름이 더욱 관심을 받는 이유는 이강인과의 인연이다.
아기레 감독은 스페인 마요르카 시절 이강인을 지도했다. 이강인은 2022-2023시즌 아기레 감독 체제에서 라리가 6골 6도움을 기록했다. 당시 활약을 발판으로 2023년 여름 파리 생제르맹으로 이적했다.
아기레 감독은 이강인의 장점을 전술 안에서 끌어낸 지도자로 평가받는다. 이강인을 측면과 중앙에 폭넓게 배치했고, 수비 부담과 활동 반경을 조절하며 공격 능력을 살렸다.

두 사람은 마요르카를 떠난 뒤에도 친분을 이어갔다. 아기레 감독은 지난달 과달라하라에서 열린 한국과 멕시코의 월드컵 조별리그 맞대결을 마친 뒤 "이강인을 가족처럼 사랑한다. 오랜 시간 돌봤고 친아들처럼 키우다시피 한 사랑스러운 친구"라고 말했다.
이어 "경기장에서 나에게 다가오기에 반가워서 한 대 쥐어박고 싶다고 농담했다. 머리 스타일이 그게 뭐냐고도 했다. 아주 인상적인 브리지를 넣었더라"라고 웃었다.
한국 대표팀은 손흥민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 다음 아시안컵과 2030 월드컵을 바라보면 이강인을 중심으로 한 세대교체도 피하기 어렵다. 이강인의 성향과 활용법을 이미 알고 있는 아기레 감독이 후보로 거론되는 배경이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연봉이다. 글로벌 급여 분석업체 '샐러리 리크스'에 따르면 아기레 감독이 멕시코 대표팀에서 받은 연봉은 250만 유로, 약 43억 원 수준이다. 대한축구협회의 재정 상황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다.
아기레 감독을 향한 관심도 한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여러 국가대표팀과 구단이 후보로 검토하고 있어 협상 경쟁이 붙을 경우 몸값이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아기레 감독 본인도 지도자 생활을 이어갈지 결정하지 않았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제안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지금은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우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 뒤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아기레 감독은 과거 일본 대표팀과 아랍에미리트 알 와흐다를 맡아 아시아 축구를 경험했다. 유럽과 북중미, 아시아를 두루 거친 경력과 이강인과의 인연은 매력적인 요소다.
한국 대표팀 감독직에 실제 관심이 있는지, 대한축구협회가 요구되는 연봉을 감당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현지에서 이름은 빠르게 퍼지고 있지만, 현재 단계에서는 유력 후보라기보다 여러 선택지 가운데 한 명에 가깝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