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다"...'광인' 비엘사, 우루과이서 씁쓸한 퇴장
OSEN 정승우 기자
발행 2026.06.28 06: 30

"나는 우루과이 축구에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다."
'엘 로꼬' 마르셀로 비엘사(70) 감독의 우루과이 대표팀 여정은 씁쓸하게 막을 내렸다. 월드컵 우승 2회에 빛나는 우루과이는 두 대회 연속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굴욕을 피하지 못했다.
영국 ‘BBC’는 27일(이하 한국시간) “독성 있는 비엘사의 우루과이 임기가 끝났다. 그는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다고 말했다”라며 비엘사 감독 체제의 마지막을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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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과이는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열린 2026 FIFA(국제축구연맹)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경기에서 스페인에 0-1로 패했다. 이 패배로 우루과이는 32강 진출에 실패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카보베르데와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한 뒤 유럽 챔피언 스페인을 상대로 승점이 필요했지만, 다시 한 번 원하는 결과를 만들지 못했다.
'광인(엘 로꼬)'이라는 별명을 가진 비엘사 감독은 경기 후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그는 “나는 이 실망스러운 결과에 책임이 있다”라고 말했다. 대회 전 자신을 두고 “나는 독성이 있다”라고 표현했던 그는 탈락 이후에도 냉정하게 자신을 평가했다.
비엘사 감독은 “이 경기력을 굳이 정의할 필요는 없다. 대표팀에서 보낸 시간이 어떻게 기억될 것 같으냐고 묻는다면,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시간이라고 답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나는 우루과이 축구에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다. 내가 3년간 일한 나라에 어떤 기여를 했다고 해도,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뿌리내릴 수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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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엘사 감독의 우루과이 마지막 장면을 상징하는 장면은 전반 종료 후 나온 페르난도 무슬레라 교체였다. 우루과이의 전설적인 골키퍼 무슬레라는 실수로 스페인에 선제골을 허용했고, 하프타임 이후 그라운드로 돌아오지 않았다.
무슬레라는 지난 3월 비엘사 감독의 요청을 받고 대표팀 은퇴를 번복했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었던 그는 이번 대회에서 월드컵 역사상 단일 대회에서 실점으로 이어진 실수를 세 차례 범한 첫 골키퍼가 됐다.
비엘사 감독은 “무슬레라가 하프타임에 교체를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내가 내린 결정은 무슬레라의 자신감을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유지하기 위한 것이었다”라고 덧붙였다.
무슬레라는 이날 A매치 137번째 경기를 치렀다. 이 경기가 그의 마지막 대표팀 경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
비엘사 감독은 후반 주장 페데리코 발베르데도 벤치로 불러들였다. 그는 공격에 더 강한 신체 조건을 가진 선수를 더하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우루과이의 세대교체를 상징하던 발베르데마저 결정적인 영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비엘사의 우루과이 출발은 좋았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이후 지휘봉을 잡은 그는 세대교체가 필요한 팀을 넘겨받았다. 칠레 대표팀 시절과 마찬가지로 역동적이고 공격적인 축구를 펼칠 수 있는 선수단을 물려받았다.
초반 성과도 있었다. 우루과이는 남미 월드컵 예선에서 아르헨티나 원정 승리를 거뒀고, 브라질도 꺾었다. 예선 6라운드까지 다른 팀보다 거의 두 배에 가까운 득점을 기록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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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은 2024 코파 아메리카 이후 달라졌다. 우루과이는 대회 초반 많은 골을 넣으며 치고 나갔지만, 이후 벽에 부딪혔다. BBC는 “그때부터 상황은 같지 않았다”라고 짚었다.
지난해 11월에는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이끄는 미국에 1-5로 크게 패했다. 지난 3월 잉글랜드와 웸블리에서 비겼을 때도 경기 내용은 비엘사 팀답지 않았다. BBC는 당시 우루과이가 거의 하프라인을 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전술적 의문도 따라붙었다. 비엘사의 강한 압박과 상대를 질식시키는 스타일은 한때 혁명적이었지만, 이제 현대 축구의 주류가 됐다. 우루과이는 월드컵을 앞두고 평가전을 치르지 않았다. 대신 훈련장에서 집중적으로 새 시스템을 준비했다. 발베르데를 오른쪽 측면에 배치하고 투톱을 세우는 방식이었다.
이 선택은 실패했다. 사우디아라비아전 하프타임에 폐기됐고, 비엘사의 익숙한 4-3-3으로 돌아간 뒤에야 경기력이 나아졌다. 카보베르데전에서도 우루과이는 기회를 만들었다. 두 차례 자멸에 가까운 실수가 없었다면 32강 진출을 조기에 확정할 수도 있었다.
BBC는 전술보다 인간관계 문제가 더 설득력 있는 설명일 수 있다고 봤다. 2024 코파 아메리카 기간 한 달 가까이 함께한 시간이 라커룸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루이스 수아레스는 대표팀 은퇴 기자회견에서 비엘사 감독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비엘사의 차가운 태도, 선수 대우, 대표팀 내부의 긴장된 분위기를 문제 삼았다. 우루과이 역대 최다 득점자인 수아레스의 발언에 대표팀 선수 누구도 공개적으로 반박하지 않았다.
측면 공격수 아구스틴 카노비오도 비엘사 감독과 격한 언쟁을 벌인 적이 있다. 그는 감독이 자신의 앉은 자세를 지적한 것이 한계점이었다고 말했다. 스페인전 막판 퇴장을 당한 선수도 카노비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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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엘사 감독 본인도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인정한 바 있다. 미국에 1-5로 패한 뒤 그는 자신을 “독성 있는 완벽주의자”라고 표현했다.
BBC는 비엘사의 고립된 기행과 완벽주의가 현대 선수들에게 이전만큼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현대 선수들은 감독과 더 강한 개인적 연결을 원하는 경향이 있고, 비엘사의 방식은 그 흐름과 거리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비엘사는 현대 축구의 일부 흐름과도 엇박자를 냈다. 그는 이번 대회의 수분 휴식에 대해 “축구를 해석하는 문화적으로 구성된 개념을 방해한다. 아무것도 더하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공식 월드컵 사진 촬영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 사진이 찍힌 뒤 “나는 모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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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엘사 감독은 애초 이번 대회 이후 우루과이 지휘봉을 내려놓을 예정이었다. 마지막 대회라는 사실도 라커룸에 새 에너지를 불어넣지는 못했다.
인구 340만 명의 작은 나라 우루과이는 세계 축구에서 오랫동안 큰 존재감을 보여왔다. 우루과이 축구는 다시 돌아올 수 있다. 다만 비엘사라는 독특하고 강렬했던 지도자의 최상위 무대 커리어는 이제 마지막 장에 가까워진 분위기다. /reccos2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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