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그냥 그저 그런 배우인 줄 알았는데 정말 큰 힘이 됐어요". '참교육'에서 빌런 우진 엄마로 데뷔 21년 만에 존재감을 떨친 배우 박지연이 무명 시절을 눈물로 떨치며 자신감을 얻었다.
박지연은 17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넷플릭스 시리즈 '참교육'에 대해 이야기했다.
'참교육'은 선넘는 학생, 교사, 학부모로 인해 무너진 대한민국의 교권과 교육현장을 지키기 위해 창설된 교권보호국의 통쾌하고 시원한 참교육을 그린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특히 '참교육'은 지난 5일 공개된 이래 2주 연속으로 넷플릭스 글로벌 TV쇼 1위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 중에서도 박지연은 역대급 진상 학부모 우진 엄마 역을 맡아 욕받이 빌런이 됐다. 이에 그는 지난 2005년 영화 '공공의 적 2'로 데뷔한 이래 21년 만에 뜨거운 관심을 받는 중이다. "내가 봐도 진상 같다 많이 느꼈다"는 박지연은 "표정도 그렇고 나쁜 마음을 쓰다 보니까 저도 이렇게 찌푸려질 때가 있더라"라고 멋쩍어 하며 캐릭터를 향한 관심에 겸손한 소감을 표했다.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JTBC 드라마 '라이프', 넷플릭스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등 박지연은 다수의 작품에서 크고 작은 조연으로 활약하며 필모그래피를 넓혔다. 그런 그에게도 '참교육'은 결이 다른 작품이었던 바. "주로 제가 착하고 사연 있는 캐릭터, 일종의 피해자 역할들을 주로 해왔는데 홍종찬 감독님이 이번엔 다른 캐릭터를 제안하고 싶다고 하시더라"라며 21년 배우 인생에서 처음으로 빌런을 맡아 '참교육'에 도전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스스로의 연기에만 집중하기 위해 오히려 원작 웹툰은 보지 않았다는 박지연은 "홍종찬 감독님은 일단 저한테 믿고 맡기셨다. 디렉팅을 특별히 하지 않으셨고 촬영 전에 저한테 어떤 학부모님, 맘카페 글을 캡처해서 보내주셔서 봐보면 어떻겠냐 해주셨다. 현장에서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게 믿어주셔서 그 믿음이 제일 큰 힘이 된 것 같다"라며 실제 교권 추락에 관한 다양한 다큐멘터리를 통해 작품의 메시지에 집중하며 이야기에 몰입했다. 또한 초등학교 1학년인 조카가 있는 만큼 등하교길 실제 학부모들의 옷차림과 스타일을 참고하며 작품 분장팀에 단발머리 스타일을 직접 제안하는 등 캐릭터를 쌓아올렸다.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 12년 CC이자 이제는 9년 차 부부인 남편, 배우 황상경 또한 큰 힘이 됐다. 박지연은 "황상경 씨가 빌런 전문 배우"라며 처음으로 도전하는 빌런 연기에 남편의 조언과 도움을 받았음을 강조했다. 함께 대본을 보거나 하진 않았으나 연기적인 조언을 얻었다는 것.
특히 박지연은 "SNS 팔로워 수가 원래 1만 2천 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3만 명이 넘는다. '참교육' 공개 이후 3배 가까이 는 것 같다. 알람이 계속 오는데 제가 워낙 이런 어플리케이션을 못 다뤄서 지금까지는 알람을 다 켜둔 상태였다. 대본을 봐야하는데도 알람이 계속 오니까 남편이 도로 꺼줬다"라고 웃으며 황상경의 실질적인 도움도 알렸다.

최근 박지연의 SNS는 실제로 '참교육'의 우진엄마를 향한 관심으로 들끓고 있다. 평소 모르는 사이였던 슈퍼주니어 김희철이 "쌍욕 날리며 잘 봤다"라며 재치있는 댓글을 남기는가 하면,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 팬들이 각국의 언어로 "우리 남편도 화가 많이 났거든요?"와 같은 극 중 우진엄마의 갑질 대사를 날리며 박지연을 향해 호평을 보내는 중이다.
물론 따뜻한 관심만 있지는 않았다. 박지연은 "DM이나 댓글을 일일이 다 읽지는 못하고 있다"면서도 "딱 한 분 '그렇게 살지 마라'라는 메시지를 보내주신 분이 계시다. 한국 분이신데 '돈 준다고 아무 작품이나 하지 마라'라고 메시지를 보내주셨다. 그 뒤로 조금 조심스럽게 댓글이나 반응을 보고 있다"라고 털어놔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박지연의 연기에 대해서 만큼은 전반적인 반응은 폭발적인 호평 위주인 상황. 박지연은 "감사하게도 '참교육' 이후로 특별출연 제안도 두 건이나 왔다. 이미 '참교육' 공개 전에 출연을 확정하고 선택한 작품이 두 건이었는데 거기에 특별출연에 유튜브, 라디오 등 예능 출연까지 제안이 들어와 놀라고 있다"라며 기뻐했다.
무명의 시간이 길었던 만큼 그런 박지연을 향해 동료 배우들의 응원도 계속되고 있다. 박지연은 "어제도 배우 친구가 전화가 왔다. 지금은 아이 엄마라 잠깐 쉬고 있는 친구인데, 제가 바빠서 자주 못 만나는데도 며칠 아껴뒀다가 도저히 못 참겠어서 연락을 했다고 하더라. 자기 일처럼 너무 기뻐해줬다. 제가 지금까지 어떻게 해왔는지 다들 아니까 너무 기뻐해줬다"라며 끝내 눈물을 보였다.

데뷔 이후 21년, 결코 짧지 않은 긴 시간의 무명은 박지연에게도 쉽지 않았다. 그는 '참교육'을 향한 호평에 대해서도 "모든 배우 분들이 비슷할 것 같은데 저는 사실 제 부족한 부분 밖에 안 보였다. 오픈 전에도 제가 처음 해보는 역할인데 내가 잘 해냈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 혼자 보기도 힘들어서 남편이 같이 보려고 기다렸는데 주변 분들이 하도 연락이 와서 혼자 봤다. 저는 제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이 보였다. 어떤 부분은 마음에 들었어도 아쉬운 부분은 제 스스로에게 많았다. 보시는 시청자 분들은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고 한편으론 두렵기도 하다. 다들 연기 칭찬을 해주셔서 감사하다"라며 거듭 겸손하게 소감을 밝혔다.
무엇보다 그는 "지금까지도 마음이 할머니 될 때까지 연기를 하고 싶다. 그 사이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20살부터 이걸 해오면서 오래오래 연기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할 줄 아는 것도 없다. 하고 싶은 것도 있고. 이걸 잘해오고 있었다. 잘했다기 보다 믿음을 갖고 잘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눈물을 보였다.
이어 "보상이 몇 년에 한번씩 오는 것 같다. 지치고 힘들 때 '루비'라는 독립영화 작품이 처음으로 부국제에 가게 됐다. 그때도 지치지 말고 배우하라는 선물처럼 느껴졌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할 때도 역할과 현장이 너무 행복했는데 그때도 다시 선물처럼 느껴졌다. 올해 초에도 마음이 힘들었는데 '참교육' 통해서 큰 선물을 받은 것 같다. 지치지 말고 잘하라고 해주시는 것 같아서 힘이 됐다"라며 울컥했다.
그는 "지치고 힘들었던 건, 저는 작품을 꾸준히 하는 것 만으로도 좋고 감사하다고 생각하면서 해왔는데, 어쩔 수 없는 한계점이 있더라. 솔직히 인지도라던지, 내가 선택되는 직업이다 보니 정말 조금씩 발전하는 걸 느끼면서 해오고 있는데 올초에 작품 하면서 조금씩 힘든 것 같더라. 마음적으로 힘에 부치는 생각이 조금 들었다. 연기가 늘 즐겁고 해야 하는데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잘해야 한다는 압박만 생기고"라며 "제각 그렇게 좋은 배우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라며 울었다.
이에 "그냥 그런 배우인 것 같은데 이런 작품을 해오고 있지만 제가 생각한 것 만큼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속상함이 있었는데 '참교육'을 통해서 많이들 인정해주셔서 큰 힘이 됐다"라며 한번 더 울컥했다.

그러나 이제는 '인생캐'를 만났다는 생각에 자신감에 찬 웃음올 지난 설움을 지워내기도. 박지연은 "'참교육' 시즌2 이야기도 나오는데 우진엄마는 더는 못 나오겠지만 현장에 응원이라도 가고 싶다"라고 웃으며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데 해외에서도 기회가 온다면 정말 꿈만 같을 것 같다"라며 전에 없던 기회를 꿈꾸기도 했다.
가수 거미, 코미디언 이수근의 아내 박지연, 동명이인의 뮤지컬 배우 박지연 등 친근한 이름 탓에 검색어 순위도 밀렸던 적이 많지만 이제는 '참교육'의 배우 박지연이 1번으로 등장하는 상황. 박지연은 "드디어 맨 먼저 떴다"라고 웃으며 "저보다 제 주변인들이 더 기뻐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차기작 부담감이 진짜 생기더라. 이 이상의 것을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은 아닌데 다들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고 생각해주시게 돼서 잘해야 한다는 게 있다. 원래도 잘 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있었는데 원래 매작품을 그렇게 해왔다. 더 관심이생기니까 더 잘해야 할 것 같다"라며 나름의 고충을 털어놨다.
다만 그럴수록 박지연은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지고자 했다. 그는 "늘 만족을 못할 것 같다. 저도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지려고 한다. 연기적 경지라기 보다 좋은 사람이 좋은 배우가 된다고 생각한다. 일상에서도 정말 잘 살아가고, 그래야 좋은 연기를 또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 나이가 들었으니까.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큰 것 같다"라며 "앞으로도 지금까지 원래 하던대로 똑같이 주어진 걸 열심히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저는 늘 그러런다. 현장가서 이게 최선이야라고 생각한다. 부족해도 어쩔 수 없어. 지금 이게 나니까. 그렇게 마인드를 바꿨다. 원래 하던대로 똑같이 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담담하게 덧붙였다.
향후 그는 '황산벌', '평양성', '왕의 남자', '동주', '사도' 등으로 사랑받은 이준익 감독의 숏폼드라마 '아버지의 집밥'에 학교 선배이자 소속사 선배 연기자인 이정은과 함께 출연하며 배우 변요한과 부부로 등장한다. 작품이 오는 7월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공개될 예정이라고. 여기에 사전에 예정된 차기작들과 특별출연 제안까지 21년 만에 가장 바쁜 여름을 보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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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애닉이엔티,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