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단순한 호수비가 아니었다. 팀을 살리고, 에이스의 자존심을 지킨 호수비였다.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완성한 드라마였다.
샌프란시스코 에이스 로건 웹(29)은 지난 1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2026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 8이닝 7피안타 무사사구 7탈삼진 1실점(비자책) 호투로 팀의 5-1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4승(4패)째를 거둔 웹은 평균자책점을 3.46으로 낮췄다.
7회까지 무실점으로 막던 웹은 4-0으로 앞선 8회 위기를 맞았다. 1사 후 댄스비 스완슨의 평범한 땅볼 타구가 2루 베이스를 맞고 굴절되면서 내야 안타가 됐다. 알렉스 브레그먼의 빗맞은 타구도 1루수 키를 살짝 넘어가는 안타가 되며 운이 따르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1루수 케이시 슈미트의 3루 송구가 뒤로 빠지는 실책이 되면서 1점을 줬다.
![[사진] 샌프란시스코 로건 웹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6/06/15/202606151618771242_6a3005eb3c51b.jpg)
2사 2루 위기가 계속되자 토니 바이텔로 샌프란시스코 감독이 덕아웃에서 나와 마운드로 향했다. 웹의 투구수는 시즌 개인 최다 105구. 교체가 예상됐지만 바이텔로 감독은 웹과 몇 마디 나누더니 혼자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에이스를 믿고 계속 맡긴 것이다.
이날 경기를 중계진 ‘ESPN on ABC’ 캐스터 존 시암비는 “웹이 엄청난 박수를 받고 있다. 요즘 야구에선 감독이 마운드에 올라와 투수를 교체하지 않고 내려가는 게 정말 드문 일이다. 팬들은 이 결정을 좋아할 것도, 웹도 분명 좋아할 것이다”고 말했다.
![[사진] 샌프란시스코 토니 바이텔로 감독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6/06/15/202606151618771242_6a3005ebca3a0.jpg)
오라클파크 홈 관중들도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서 박수를 보내며 환호했고, 웹은 다음 타자 마이클 부쉬에게 초구 포심 패스트볼을 존으로 넣었다. 부쉬가 잘 받아친 타구는 우측 코너로 깊게 날아갔다. 316피트(96.3m) 장타성 타구였지만 우익수 이정후가 빠르게 뛰어가며 따라가더니 왼팔을 쭉 내밀어 캐치했다. 웹은 양팔을 번쩍 들고 환호했고, 오라클파크도 크게 들썩였다. 펜스에 강하게 부딪친 뒤 몸이 나뒹굴었지만 훌훌 털고 일어선 이정후는 덕아웃에 들어가지 않고 기다린 웹으로부터 환영을 받았다.
ESPN on ABC 중계진도 감탄했다. 시암비는 “코너 쪽으로 강하게 날아간 타구를 이정후가 잡아냈다. 대단한 플레이다. 웹이 아주 좋아한다”며 “이정후가 장타를 훔쳤다. 컵스가 점수를 냈다면 경기 흐름이 바뀌었을 것이다. 엄청난 플레이에 팬들이 정후리를 외친다”고 말했다.
만약 이정후가 잡아내지 못했다면 컵스가 2점차로 추격하며 찬스를 계속 이어갔다. 웹도 강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이정후의 호수비로 위기를 넘기고, 감독과 에이스의 믿음과 보답이라는 낭만이 완성됐다.
![[사진] 샌프란시스코 로건 웹이 호수비를 펼친 이정후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있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6/06/15/202606151618771242_6a3005ec3f0b8.jpg)
샌프란시스코 현지 매체 ‘95.7 더 게임’에 따르면 경기 후 바이텔로 감독은 “웹이 이정후한테 사랑한다고 말했다고 하는데 ‘왜 우리랑 같이 한국에 안 갔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는 웹도 같이 한국에 갈 예정이었는데 갑자기 일이 생겨서 못 갔다”며 지난 1월초 구단 차원에서 한국을 방문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당시 샌프란시스코는 버스터 포지 야구운영사장을 비롯해 프런트 수뇌부와 바이텔로 감독, 유격수 윌리 아다메스가 한국을 찾아 이정후와 함께 방한 프로그램을 소화한 바 있다.
이어 바이텔로 감독은 “그 상황에서 결과가 어떻게 됐든 웹에겐 경이로운 등판이었다. 거기에 이정후가 느낌을 찍어줬다”며 “연속 안타 기록도 가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이기는 것이다. 지난 이틀간 강한 타구를 날리고도 안타가 나오지 않았지만 오늘 멋진 하루를 보냈다. 경기를 완전히 바꿨다”고 칭찬했다.
바이텔로 감독은 마운드에 올라올 때부터 웹을 교체할 생각이 없었다고 했다. 에이스를 향한 믿음이었다. 웹도 “바이텔로 감독을 보니 내게 상태를 물어봤고, 괜찮다고 말했다. 자칫 끔찍한 결정이 될 뻔했는데 다행히 이정후가 잘 잡았다. 정말 고마웠다. 그 상황을 잘 넘길 수 있어 기뻤다”고 이정후에게 고마워했다.
![[사진] 샌프란시스코 이정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6/06/15/202606151618771242_6a3005ecaeffd.jpg)
이정후로선 펜스 트라우마를 극복한 호수비였다는 점에서 의미 있었다. 2년 전 펜스와 충돌로 어깨를 다쳐 수술로 시즌 아웃됐고, 그 이후 펜스 근처에서 수비를 해야 할 때 움츠러들기도 했지만 이날은 전혀 두려움이 없었다. 에이스 웹을 위한 마음이 두려움보다 컸다.
이정후는 “웹이 그 타자까지 상대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고, 투구수가 더 많아지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어떻게든 타구를 잡고 이닝을 끝내고 싶었다”며 “부상을 입은 뒤 펜스 쪽으로 가면 나도 모르게 몸이 경직되곤 하는데 오늘은 그런 생각 없이 공만 보고 쫓아간 게 좋은 결과로 나왔다”고 말했다.
지난 2019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데뷔한 뒤 8년째 선발진을 지키고 있는 웹은 2021~2025년 5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둔 에이스. 시즌 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다녀온 올해는 초반에 부진했고, 지난달 오른쪽 무릎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에도 다녀왔다. 부상 복귀 후 최근 4경기(27⅓이닝) 2승 평균자책점 0.66 탈삼진 23개로 완벽하게 반등했다. 이정후의 호수비로 샌프란시스코의 에이스가 더 큰 에너지를 받게 됐다. /waw@osen.co.kr
![[사진] 샌프란시스코 로건 웹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6/06/15/202606151618771242_6a3005ed1e857.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