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시청 후 작성된 리뷰 기사입니다.>
‘셀럽병사의 비밀’에서는 故 이순재의 삶과 연기 철학이 조명된 가운데, 후배 배우들의 진심 어린 회상이 깊은 울림을 안겼다.
12일 방송된 KBS2TV ‘셀럽병사의 비밀’에서는 故 이순재의 삶을 돌아봤다.

이날 방송에는 천만 배우 박소담이 출연했다. 그는 2017년 연극 ‘앙리 할아버지와 나’를 통해 이순재와 인연을 맺었다고 밝혔다.박소담은 “배우로서도, 사람 박소담으로서도 정말 많은 에너지를 받았다”며 “연극을 하며 사랑과 용기를 배웠다”고 고백했다.이어 “오늘 목표는 울지 않는 거였다”며 애써 감정을 다잡았지만,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연극할 때 움직임도 정말 많으셨는데 무대 위를 날아다니셨다”며 “녹화 중 선생님 목소리를 들으니까 눈물이 난다”고 회상했다.또 “공연 직전까지도 계속 이야기를 해주셨다”며 “등장 위치가 서로 정반대였는데도 1분 전까지 긴장을 풀어주셨다. 덕분에 빨리 무대에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떠올렸다.
특히 후배들을 놀라게 했던 건 이순재의 철저한 준비성이었다.첫 리딩 당시 본인 대사는 물론 다른 배우들의 대사까지 모두 외워왔다는 것.박소담은 “‘앙리 할아버지와 나’ 첫 연습 날 선생님이 ‘일어나서 움직여보자’고 하셨다”며 “저는 아직 준비가 안 돼 있어서 너무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이어 “선생님의 준비 깊이는 정말 달랐다”며 “대본을 내려놓아야 진짜 연습이 시작된다는 걸 몸소 보여주셨다”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후배들이 가장 크게 기억한 건 이순재의 태도였다.박소담은 “선생님이 딱 한 번 실수하신 적이 있었다”며 “그때도 바로 오셔서 ‘미안하다, 하나 틀렸다’고 사과하셨다”고 말했다.이어 “그 작은 실수 하나에도 후배에게 먼저 다가와 사과하신 분”이라며 “존경할 수밖에 없는 어른이었다”고 전했다. 박해미 역시 공감했다. 그는 “오히려 내가 NG를 더 많이 냈다”며 “선생님은 단 한 번도 혼내지 않으셨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특히 두 사람은 이순재의 대표 무대 중 하나인 연극 ‘리어왕’을 언급하며 감탄을 쏟아냈다.세계 최고령 ‘리어왕’으로 무대에 오른 이순재는 3시간 20분 공연 중 무려 2시간 가까이를 독백으로 채웠다.박해미는 “총 16번 공연 동안 단 한 번도 실수하지 않으셨다”며 “정말 경이로웠다”고 말했다.


또한 이순재는 늘 누구보다 일찍 극장에 도착했다고. 박소담과 박해미는 “극장을 미리 둘러보고 대본을 다시 체크하셨다”며 “실수가 없을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도 “나이를 내세워 먼저 해달라고 하신 적도 없었다”며 “한참 어린 후배들에게도 늘 인격적으로 존중해주셨다”고 말했다.배우 정보석 역시 “항상 어른으로서 먼저 이해하고 배려해주셨다”며 “몸소 귀감이 되어주신 분이었다”고 회상했다.
박소담은 생전 이순재가 자주 했던 말도 전했다.“난 무대에서 죽고 싶다.”고 했다는 것. 그는 “저희끼리는 그런 말씀 하지 말라고 했었다”며 “그런데 선생님은 무대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 가장 행복하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신구 선생님도 비슷한 말씀을 하신다”며 “처음엔 선생님을 떠올리면 슬픔뿐이었는데, 이제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고 털어놨다.그러면서 “후배로서 부끄럽지 않게 따라가고 싶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박해미는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배우”라고 했고, 박소담 역시 “정말 신세를 많이 졌다”고 고개를 숙였다.특히 박소담은 마지막 무대에서 들었던 대사를 떠올리며 결국 울컥했다. “삶이란 건 성공이나 실패로 가를 수 있는 게 아니야. 굳이 짧은 인생에서 성공과 실패를 나눈다면, 우리가 사랑하는 데 얼마나 성공했느냐 결국 그거였다.”는 대사를 읊기도.
그리고 생전 이순재가 남긴 말도 다시 전해졌다.“열심히 하다가 간 선배, 못 살게 굴지 않은 선배로 기억되고 싶다.”“번쩍 빛나거나 화려하진 않았지만 꾸준히 했다. 그거면 됐다.”는 말. 화려함보다 성실함으로, 권위보다 배려로 평생을 살아온 배우 이순재.후배들이 하나같이 “진짜 어른이었다”고 입을 모은 이유였다. /ssu08185@osen.co.kr
[사진] '셀럽병사의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