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시청 후 작성된 리뷰 기사입니다.>
‘셀럽병사의 비밀’에서는 故 이순재의 마지막 시간들이 공개되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특히 뒤늦게 심각했던 건강상태가 공개됐다.
12일 방송된 KBS2TV ‘셀럽병사의 비밀’에서 고 이순재의 생전 건강상태가 언급됐다.

먼저 프로그램은 2025년 1월 열린 ‘KBS 연기대상’ 대상 수상 순간부터 되짚었다. 당시 이순재는 “오래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다”며 울컥한 모습을 보였고, 수척해진 얼굴로 많은 이들의 걱정을 샀다.

실제로 그는 활동 중단 후 약 3개월 만에 공식석상에 선 상황이었다. 당시 소속사 측은 “다리 근력 저하로 재활 치료 중”이라고 밝혔고, 방송에서는 노화로 인한 근감소증 가능성도 언급됐다. 전문의는 하체 근육 감소가 단순 노화가 아니라 심폐 기능 저하와도 연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이순재는 늘 “빨리 나아서 다시 연기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마지막까지 무대를 향한 열망을 놓지 않았던 것이다.

이날 방송에는 소속사 대표도 출연해 생전 이순재의 치열했던 모습을 전했다. 그는 “선생님은 손에서 대본을 놓지 않으셨다”며 “식사하면서도 계속 대사를 하셨고, 잠깐 쉬었다 하자고 하면 ‘연기는 생활 속에서 계속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고 회상했다.이어 이순재가 생전 남긴 말도 공개됐다. 그는 “연극은 실수하면 막을 내려야 한다. 생활화해야 한다”며 끊임없이 스스로를 테스트했다고.
그렇게 마지막 공중파 작품이 된 KBS 드라마 ‘개소리’ 촬영이 시작됐지만, 촬영 도중 예상치 못한 위기가 찾아왔다. 갑작스럽게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증상이 나타났고, 원인은 백내장이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제작진은 회복을 위해 최소 석 달 뒤 촬영 재개를 제안했다고.하지만 이순재는 이를 거절했다. “나 하나 때문에 모두에게 피해를 줄 수 없다”며 불과 보름 만에 현장으로 복귀했던 것.수술 직후라 시야가 불안정했고 일상생활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힘들었던 건 대본이었다.결국 이순재는 매니저와 소속사 대표에게 대본을 읽어달라고 부탁했고, 귀로 들으며 예전처럼 대사를 익혀갔다.소속사 대표는 “글씨를 아주 크게 뽑아달라고 하셨다. 한 장에 20자 정도만 들어가게 프린트했다”고 말했다.여기에 난청 문제까지 있었다.소속사 대표는 “더 솔직하게 말하면 보청기도 착용하셨다”며 “카메라에 보일까 봐 촬영할 때는 늘 보청기를 빼셨다”고 털어놨다.결국 상대 배우의 입 모양과 표정, 현장 분위기를 읽으며 청력의 한계까지 극복했던 것이다.
그 이후에도 이순재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 무대에 섰다. 하지만 당시 그는 제대로 걷는 것조차 힘들었고, 말하는 것마저 버거운 상태였다고 한다.제작진은 “기침 소리가 너무 심해 병원부터 가시자고 했다”고 회상했다.하지만 이순재는 끝까지 무대를 선택했다.소속사 대표는 “일주일에 서너 번 공연을 이어가면서 기침이 점점 심해졌고 결국 폐렴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이어 “병원에서도 연세가 있어 폐렴 완치가 쉽지 않다고 했다”며 “그럼에도 선생님은 괜찮다며 계속 무대를 놓지 않으셨다”고 전했다.

결국 의사들이 더 이상 공연을 이어가면 안 된다고 강하게 만류했고, 마지막 무대를 끝으로 긴급 입원하게 됐다.그렇게 약 1년간 병원 생활이 이어졌다.그런데 고요해야 할 병실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알고 보니 섬망 증세 속에서도 혼자 연기 연습을 하고 있었던 것.
섬망은 노년층에서 폐렴·감염·수술·감각 기능 저하 등이 겹칠 때 나타날 수 있는 급성 인지 장애 증상이다. 방송에서는 백내장, 난청, 폐렴, 근감소증 등이 연쇄적으로 이어진 ‘노인증후군’ 가능성도 언급됐다.인지 기능이 흔들리는 상태에서도 이순재는 무의식처럼 대사를 읊고 감정을 표현했다고.소속사 대표는 “새벽에도 잠들지 못하고 연기를 하셨다”며 “간호사들에게도 연기해보라고 하셨다. 몸은 힘드셨지만 끝까지 연기를 하고 싶어하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이어 “이제야 공개하게 되는 이야기”라며 “근육이 다 빠지고 몸이 망가져도 연기를 향한 마음은 끝까지 대단하셨다”고 먹먹한 심경을 전했다.

백내장으로 인한 시력 저하, 난청, 폐렴, 섬망 증세까지.몸은 점점 무너져갔지만, 마지막 순간까지도 배우로 살아가고자 했던 이순재의 집념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다.
한편, 고인은 더이상 폐렴을 견디지 못했고 2025년 11월25일, 건강악화로 별세소식이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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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셀럽병사의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