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악단' 감독 "박시후, 굉장히 성실한 배우..철저한 준비성에 감탄" [일문일답]
OSEN 최이정 기자
발행 2025.12.29 07: 57

 영화 '아빠는 딸'을 통해 따뜻한 웃음과 가족애를 전했던 김형협 감독이 신작 '신의악단'(감독: 김형협 | 배급: CJ CGV㈜ | 제작: 스튜디오타겟㈜, 개봉 12월 31일)으로 돌아왔다. 이번 작품은 북한 보위부 소속 장교가 외화벌이를 위해 가짜 찬양단을 조직한다는 기발한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박시후, 정진운 등 화려한 캐스팅과 몽골 올 로케이션 촬영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신의악단'의 개봉(12월 31일)을 앞두고, 김형협 감독이 영화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연출 의도를 직접 밝혔다.
- 다음은 김형협 감독 일문일답
Q1. 전작 '아빠는 딸' 이후 오랜만에 따뜻한 휴먼 드라마로 돌아왔다. 두 작품을 관통하는 감독님만의 연출 철학이 있다면?

모든 이야기는 결국 '관계'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서로에 대해 수많은 오해를 쌓곤 합니다. 진짜 아름다운 본심은 깊이 숨긴 채, 마치 거북이 등껍질처럼 딱딱하고 거친 마음을 앞세워 자신을 방어하며 살아가죠. 어쩌면 그것이 험난한 세상을 버티는 우리만의 방식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인지 영화 속 감동의 순간은 누군가가 상대방의 감춰진 아름다운 본심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찰나에서 온다고 믿습니다.
저는 그 마음을 드러내기 위해 '아이러니'라는 장치를 주로 사용합니다. 아빠와 딸의 몸이 바뀐다든지('아빠는 딸'), 종교의 자유가 철저히 배제된 북한에서 찬양을 불러야 하는 미션을 받는다든지('신의악단') 하는 설정들이죠. 저는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서 인간의 본질을 관찰하고 공감을 이끌어내려 합니다. 그 본질에는 결국 '사랑'이 있습니다. 영화를 본다는 것, 누군가의 삶을 지켜본다는 것 역시 사랑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니까요.
Q2. '북한 보위부 장교가 만드는 가짜 찬양단'이라는 소재가 독특하다. 연출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이야기 구조가 가진 탄탄함에 매료되었습니다. 주인공 '교순'을 포함해 12명의 악단원들이 만들어내는 서사가 매우 흥미로웠고, 캐릭터 간의 조화가 훌륭했습니다. 무엇보다 악명 높은 보위부원이었던 교순이 점차 변화해가는 과정이 너무나 유려하게 표현되어 있어 놀랐습니다. 작고하신 故 김황성 작가님의 각본에 북한 출신인 백경윤 선생님의 각색이 더해지면서 리얼리티와 완성도를 모두 잡은 훌륭한 시나리오가 탄생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Q3. 박시후 배우의 10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이다. 냉철한 북한 장교 '박교순' 역으로 캐스팅한 이유와 현장에서 본 그의 모습은 어땠나?
박시후 배우는 굉장히 성실한 배우입니다. 대본에 대한 고민이 깊고, 매 장면(Scene)에 대한 해석이 분명해서 감독으로서 소통하기가 무척 편했습니다. 촬영 전부터 전체적인 이야기 흐름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많이 나누었고, 그 대화를 바탕으로 완벽하게 연기를 준비해 오셨습니다.
현장 모니터를 보며 그의 철저한 준비성에 감탄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영화 특성상 등장인물이 많은데, 주인공으로서 중심을 묵직하게 잘 잡아주었습니다. 촬영 내내 '역시 박시후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Q4. 정진운 배우가 악단을 감시하는 날카로운 '김태성' 역을 맡아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특별히 주문한 연기 디렉션이 있었나?
정진운 배우는 연기 감각이 매우 뛰어난 배우입니다. 오랜 가수 활동에서 체득한 직관적인 감각이 연기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봅니다. 리허설을 통해 그의 이러한 직관적인 장점을 캐치하고 부각시키되, 불필요한 부분은 덜어내며 함께 '날카로운 김태성'을 만들어갔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광야를 지나며' 장면입니다. 눈 덮인 벌판을 혼자 걷는 김태성의 고독한 모습을 담아야 했는데, 몰입을 위해 정진운 배우가 영하 30도의 혹한 속에서 몇 킬로미터를 혼자 걸었습니다. 드론으로 촬영된 그 모습 속에 광야에서 자유를 갈구하는 김태성의 절실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길 수 있었습니다.
Q5. 태항호, 서동원, 장지건, 최선자 등 '신의악단' 멤버들의 앙상블이 돋보인다. 연출적으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악단원 각각의 캐릭터가 균형을 잃지 않고 고르게 역할을 수행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특정 인물에게만 서사가 치중되면 '악단' 전체가 주는 힘이 떨어질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워낙 훌륭한 배우들이라 주어진 배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주셨습니다. 특히 다양한 연령대의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케미스트리'가 훌륭했습니다. 서로 조언을 아끼지 않고 밀어주고 당겨주는 모습이 인상 깊었고, 현장이 마치 하나의 대가족 같았습니다. 정말 캐스팅을 잘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Q6. 관객들 사이에서 음악과 선곡에 대한 호평이 자자하다. 음악 연출에 있어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가장 큰 숙제는 '음악이 어떻게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할 것인가'였습니다. 수많은 명곡들을 듣고 또 들으며 서사 진행에 가장 잘 맞는 곡을 선곡하려 노력했습니다. 그중 '은혜'라는 곡은 영화에서 세 가지 버전으로 편곡되었는데, 가사를 곱씹어 보면 각각의 상황에 따라 완전히 다른 곡처럼 들리는 매력이 있습니다. 특히 후반부에 문경민 배우님이 무반주로 부르는 '은혜'는 촬영 당일 아침에 결정된 장면이었습니다. 급하게 요청드렸음에도, 연륜 있는 배우답게 첫 테이크부터 좌중을 울컥하게 만들며 악단원들의 슬픔을 담담하고 깊이 있게 표현해 주셨습니다. 감독에게 좋은 배우만큼 위대한 무기는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또한 '광야를 지나며'는 처음 듣는 순간 남자들의, 특히 극 중 김태성 대위의 마음을 대변하는 곡이라 확신했습니다. 곡이 가진 광활하고 황량한 느낌이 몽골의 설원과 만나 엄청난 시너지를 냈습니다. 개인적으로 공을 많이 들인 장면인데 관객분들도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Q7. 리얼리티를 위해 몽골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했다. 영하 30~40도의 혹한 속 촬영 에피소드가 있다면?
극 중 설원에서 악단들이 '주 예수 나의 산 소망'을 합창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해 질 녘의 빛을 담아야 해서 딱 1시간 안에 촬영을 마쳐야 했죠. 철저히 준비했다고 생각했지만, 제한된 시간 안에 곡 전체를 완벽히 담아내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이었습니다.
기온은 계속 떨어지고 동상 환자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지금 끝내지 못하면 배우와 스태프들을 이 추위에 또 고생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며 현장을 모질게 몰아붙였던 기억이 납니다. 결과적으로 모든 분의 헌신 덕분에 장면이 너무나 아름답게 완성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고생한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Q8. '가짜'로 시작한 노래가 '진심'이 되어가는 감정의 변화가 인상적이다. 이를 설득력 있게 그리기 위해 어떤 장치를 사용했나?
영화는 '종교가 없는 곳에서 가짜 찬양단을 만든다'는 아이러니에서 시작합니다. 김황성 작가님이 가장 잘 다루는 장르적 특기이기도 하죠. 그 아이러니 속에서 자연스럽게 부각되는 것이 바로 주인공 교순과 악단원들의 관계입니다.
결국 교순을 변화시키는 것은 악단입니다. 그래서 관객들이 반감 없이 이입할 수 있는 악단의 구성이 필수적이었습니다. 관객은 악단을 통해 교순을 관찰하고, 교순은 악단을 관찰하며 서서히 변화해 갑니다. 이 복잡한 상호 작용이 때로는 긴장감을, 때로는 유머를 만들어내며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잘 쓰인 대본이야말로 연출자에게 주어진 가장 큰 선물이었습니다.
Q9. 감독이 꼽는 <신의악단>의 명장면이나 명대사가 있다면?
후반부에 고뇌하는 교순이 텅 빈 도로를 달리는 장면을 꼽고 싶습니다. 실제 몽골 경찰의 협조를 받아 해가 뜨는 시간에 맞춰 도로를 통제하고 촬영했습니다. 울란바토르 시내를 배경으로, 멀리 이글거리는 태양과 함께 달려오는 교순의 지프차를 드론으로 담아냈는데, 그의 내적 갈등이 시각적으로 잘 표현된 것 같아 개인적으로 애착이 갑니다.
명대사로는 영화 후반 김태성 대위의 “자유... 같은 것”이라는 대사를 꼽습니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자유를, 악단과의 동거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게 되는 순간을 함축한 말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신의악단>이 보여주고자 했던 '가짜가 진짜가 되어가는 과정'을 관통하는 대사라고 생각합니다.
Q10. 12월 31일 개봉한다. 예비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한 해의 마지막 날에 영화를 선보인다는 것은, 관객 여러분의 또 다른 시작을 함께한다는 의미 같아 매우 뜻깊습니다. '신의악단'은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입니다. 신나게 인물들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묵직한 감동을 마주하게 될 것이고, 아름다운 음악들이 귀를 즐겁게 해 줄 것입니다. 연말연시, 소중한 분들과 함께 '신의악단'을 보며 따뜻한 시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즐겁게 보셨다면 주변에 추천과 N차 관람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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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신의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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