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발표] 9달 전 '종신 계약' 맺었는데...'오현규 스승' 핑크 감독 잘렸다, KRC 헹크 "들쭉날쭉 성적·경기력으로 결별"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5.12.16 08: 18

오현규(21)가 활약 중인 벨기에 KRC 헹크가 토르스텐 핑크 감독을 경질했다.
헹크는 15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핑크 감독과 결별한다. 우리는 야심찬 클럽으로 시즌 시작 전 명확한 목표를 세웠다. 구단 보드진은 최근의 들쭉날쭉한 성적과 경기력으로 인해 더 이상 성공으로 가는 올바른 길에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핑크 감독뿐만 아니라 그의 사단으로 활약하던 세바스티안 한, 고란 콘티치 코치도 함께 팀을 떠난다. 헹크는 "클럽은 월요일 핑크 감독과 계약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핑크 감독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를 표한다. 그는 구단이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을 때 부임해 첫 시즌부터 선수단과 구단, 팬들의 열정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라고 전했다.

또한 헹크는 "팀의 스포츠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가장 적합한 새로운 감독을 물색 중이다. 새 감독 선임 전까지 도메니코 올리비에리와 미셸 히베이루 코치가 임시로 팀을 지휘한다. 데본 마에스 건강 및 경기력 담당 코치는 선수들의 체력 훈련을 임시로 담당할 예정"이라며 "핑크 감독과 한, 콘티치 코치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이들의 앞날에 행운을 빈다"라고 덧붙였다.
약 1년 6개월 만에 헹크 지휘봉을 내려놓게 된 핑크 감독이다. 그는 지난해 여름 헹크에 부임했고, 데뷔 시즌 팀을 벨기에 주필러리그 3위로 끌어올렸다. 정규리그에선 1위를 차지했으나 챔피언십 라운드에서 미끄러지며 아쉽게 우승을 놓쳤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부진에 빠졌다. 헹크는 리그 18경기에서 6승 6무 6패(승점 24)에 그치며 16개 팀 중 7위에 올라있다. 22골을 넣는 동안 24골을 허용하면서 득점보다 실점이 많다. 선두 로얄 위니옹 생질루아즈(승점 38)와 격차는 벌써 14점.
결국 헹크는 15일 KVC 베스테를로전 1-1 무승부를 끝으로 핑크 감독을 경질했다. 이날 헹크는 전반 13분 선제골을 허용하며 끌려갔고, 후반 27분 상대 센터백 에민 바이람의 다이렉트 퇴장으로 수적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10명으로 싸우는 베스테를로의 수비는 단단했고, 헹크는 좀처럼 동점골을 넣지 못했다.
패색이 짙던 상황 오현규가 헹크를 구했다. 그는 후반 추가시간 3분 골문 앞에서 수비 맞고 흐른 공을 침착하게 밀어넣으며 동점골을 넣었다. 후반 20분 교체 투입된 뒤 득점하며 값진 승점 1점을 만든 오현규지만, 핑크 감독을 구하기엔 부족했다.
핑크 감독은 지난 3월 챔피언십 라운드를 앞두고 헹크와 이른바 '종신 계약'을 맺었다. 우승에 도전하던 헹크는 "핑크는 헹크에서 집처럼 편안함을 느낀다. 그는 첫 시즌부터 멋진 축구를 펼쳤고, 이번 시즌 가장 큰 목표인 유럽대항전 진출을 빠르게 달성했다. 라커룸 분위기도 훌륭하고, 클럽 관리에 대한 협조도 원활하다"라고 무기한 계약 이유를 설명했다.
당시 디미트리 드 콘데 헹크 디렉터는 "핑크는 팀과 함께 어디로 가고 싶은지 정확히 알고 있으며 열정으로 모든 사람을 끌어들인다. 그와 코칭스태프가 앞으로 몇 년 동안 우리 클럽에 헌신하게 돼 기쁘다. 우리는 미래를 야심차게 바라보고 있다"라고 기대를 걸었다.
핑크 감독도 "선수로서 그리고 감독으로서 꽤 많은 클럽을 거쳤다. 하지만 내가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았다. 헹크가 지닌 최고의 스포츠 문화와 클럽의 가족적 성격은 내가 일하기에 좋다. 클럽은 이미 정상에 있지만, 야망으로 불타고 있다. 계속 성장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 나도 큰 열정을 가지고 프로젝트에 함께하고 싶다"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하지만 한 해가 지나기도 전에 핑크 감독과 헹크의 꿈은 무너졌다. 핑크 감독이 떠나면서 그가 영입했던 오현규의 입지에도 변수가 생기게 됐다. 오현규는 이번 시즌 본격적으로 주전 자리를 꿰찼지만, 이제 새로운 사령탑 아래에서 다시 경쟁을 펼쳐야 할 전망이다.
한편 핑크 감독은 '친한파' 감독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FC바젤을 지휘하며 박주호와 함께했고, 함부르크에서는 유망주였던 손흥민을 지도했다. 2017년엔 아우스트리아 빈에서 이진현을 영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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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헹크 소셜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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