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싶다" 2004년생 아시아 신입생의 맨시티 데뷔전, 그래도 비난은 없었다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25.01.26 09: 18

2004년생 아시아 선수의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은 가혹했다. 그렇지만 누구도 그를 비난하지는 않는 분위기였다. 
맨체스터 시티(맨시티) 수비수 압두코디르 후사노프(21)는 26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첼시와 2024-2025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23라운드 홈 경기에 센터백으로 선발 출장해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우즈베키스탄 유망주 후사노프의 선발은 예상하지 못한 전개였다. 부뇨드코르에서 성장한 후사노프는 2022년 에네르게틱-BGU(벨라루스), 2023년 RC 랑스를 거쳐 2025년 1월 맨시티로 합류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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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 국적 선수가 프리미어리그 무대에 서는 것은 후사노프가 처음이다. 2029년 여름까지 계약한 후사노프는 역대 4번째 맨시티 유니폼을 입은 아시아 선수가 됐다.
불과 닷새 전 맨시티에 합류한 후사노프는 동료들과 훈련 한 번 하지 못한 채 경기에 나섰다. 아직 영어도 익숙하지 않은 상태. 동료들과 소통도 사실상 힘든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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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이날 경기는 맨시티에 중요한 경기였다. 첼시와 리그 4위 자리를 두고 다투는 중요한 한판이었다. 그런 만큼 아직 어릴 뿐만 아니라 프리미어리그 경험이 전무한 후사노프의 기용은 의외였다. 
후사노프는 경기 초반 큰 실수를 저질렀다. 전반 3분 니콜라 잭슨과 공중볼 다툼 과정에서 볼을 따낸 후사노프는 헤더로 골키퍼에게 백 패스를 시도했다. 하지만 후사노프의 헤더를 가로챈 잭슨이 쇄도하던 동료 노니 마두에케에게 패스, 선제골로 연결됐다.
후사노프의 표정은 곧바로 어두워졌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듯 당황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중계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후사노프는 전반 4분 콜 파머에게 태클을 시도했다가 옐로카드를 받기도 했다. 
다행히 이후 후사노프는 서서히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몸싸움이나 태클도 마다하지 않았고 스피드를 살린 빠른 볼 처리는 첼시 공격진을 무력화시키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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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사노프가 조금씩 안정을 찾자 동료들이 허물을 덮기 시작했다. 전반 42분 요슈코 그바르디올이 동점골을, 후반 23분 엘링 홀란이 역전골로 후사노프의 실수를 지웠다. 후반 42분에는 필 포든의 쐐기골까지 폭발했다. 
결국 맨시티가 3-1로 첼시를 꺾었다. 리그 6경기 무패를 달린 맨시티는 프리미어리그 4위(승점 41)로 도약하면서 3위 노팅엄 포레스트(승점 44)에 3점 차로 따라붙었다. 반면 첼시는 5위 뉴캐슬 유나이티드(승점 41) 바로 아래 6위(승점 40)에 머물렀다.
영국 'BBC'는 "후사노프의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은 악몽 같은 시작이었다. 첼시에 첫 골을 내준 치명적 실수와 4분 만의 경고까지, 맨시티가 3360만 파운드(약 601억 원)를 투자한 신입생 후사노프는 정말로 두려워 보였다"고 전했다. 
'스카이스포츠' 전문가 제이미 레드냅은 "그런 상황에 놓이면 마치 머리가 회전식 건조기 안에 들어간 기분"이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전설 개리 네빌 역시 "저 소년 때문에 울고 싶은 기분"이라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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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사노프를 선발로 내세웠다가 1-1로 맞선 후반 9분 존 스톤스와 교체한 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은 경기 후 "물론 최고의 시작은 아니었지만 그는 교훈을 얻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과르디올라 감독은 "후사노프는 아주 젊고 오랜 기간을 두고 왔다. 그는 우리와 함께 훈련도 한 번 하지 않았다. 우리는 입스위치 타운과 파리 생제르맹(PSG)을 상대했기 때문에 회복 훈련만 반복했다"고 덧붙였다. 
또 과르디올라 감독은 "나는 러시아어나 우즈베크어를 배워야 그와 소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영어를 유창하게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할 말이 별로 없다. 그가 실수했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내가 그를 따로 불러서 뭐라고 말하겠나? '다시는 실수하지 마라'라고 말하겠나?"라고 말해 후사노프의 실수를 감쌌다. 
후사노프는 교체 당시 맨시티 홈팬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나는 그의 실수 때문에 교체한 것이 아니다. 경고 때문에 그렇게 했다"면서 "또 수요일(챔피언스리그)에 스톤스가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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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시티는 오는 30일 클럽 브뤼헤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리그 페이즈 최종 경기를 치른다. 25위에 머물고 있는 맨시티는 클럽 브뤼헤(20위)와 경기에서 이겨야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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