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지 못하고 육성선수로 들어온 신인을 두 명이나 1군 스프링캠프에 데려갔다. 지명 순위에 관계없이 가능성 있고, 절실한 선수를 키우는 데 능한 김경문 감독의 선택이라 더욱 흥미롭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화는 지난 2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1차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호주 멜버른으로 떠났다.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45명의 선수들이 참가하는 대규모 캠프로 신인도 6명이나 된다. 투수 정우주(19), 권민규(19), 박부성(25), 포수 한지윤(19), 내야수 이승현(23), 외야수 이민재(21) 등 포지션별로 최소 1명씩 신인들을 두루 포함됐다.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신인 숫자다. 삼성과 롯데가 4명씩, LG·KT·SSG가 3명씩, 두산이 2명, KIA가 1명의 신인을 데려간 가운데 NC와 키움은 신인 없이 캠프를 치른다.
1~3라운드 상위 지명을 받은 정우주, 권민규, 한지윤의 합류는 어느 정도 예상됐다. 다른 팀들도 상위 순번 신인은 캠프에 데려가 동기 부여를 한다. 그런데 한화는 11라운드에 뽑은 이민재와 함께 드래프트 지명을 받지 못하고 육성선수로 들어온 선수도 2명이나 1군 캠프에 넣었다. 대단히 이례적이다.
동의대 출신 박부성은 186cm 장신의 언더핸드 투수로 볼끝이 지저분해 치기 까다로운 공을 던진다. FA 영입한 엄상백과 함께 이번 한화 캠프에서 유이한 잠수함 유형으로 희소성을 인정받았다. 양상문 투수코치가 영상만 보고도 매력을 느꼈다. 동의대 3학년 때 현역으로 군입대하면서 병역 의무도 이미 끝마쳤다.
성균관대 출신 우투좌타 내야수 이승현도 깜짝 승선했다. 177cm, 77kg 작은 체구에도 빠른 발과 야무진 수비력을 인정받아 김경문 감독의 눈에 들었다. 육성 신인 중 지난해 유일하게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 합류하더니 1군 스프링캠프까지 들었다. 대학 시절 주 포지션은 유격수였지만 한화에선 2루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김경문 감독은 지난해 9월 신인 드래프트가 끝난 뒤 “일찍 지명됐다고 해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밑에서 들어온 선수들이 더 열심히 해서 성공할 수 있는 곳이 프로다. 숨은 노력, 보이지 않는 노력으로 자기 것을 끄집어내는 선수가 프로에 와서 이기고 성공한다”고 말했다. 지명 순번을 떠나 간절함이 큰 선수에게 기회를 주겠다고 강조했다.
거의 모든 감독들이 비슷한 말을 하지만 김 감독은 말로만 하는 사령탑이 아니다. 두산과 NC 시절 누구도 주목하지 않던 무명의 육성선수들을 스타로 키워냈다. 두산에선 김현수(LG)가 대표적이다. 2006년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지 못했지만 2007년부터 1군에서 주전으로 쓰며 리그 대표 타자로 키워냈다. 김인식 감독 말년에 데뷔한 손시헌도 김경문 감독 체제에서 풀타임 주전 유격수로 거듭났고, 현대에서 방출된 뒤 두산에 육성선수로 온 이종욱도 간절함으로 잠재력을 터뜨렸다. 현재 한화 주전 포수 최재훈도 2008년 육성선수로 두산에 입단하자마자 김 감독 눈에 들어 1군 스프링캠프에 발탁된 바 있다.
신생팀 NC에선 다른 팀에서 방출된 뒤 트라이아웃을 거쳐 입단한 김진성(LG)과 원종현(키움)을 핵심 불펜으로 키워냈다. 육성선수로 입단한 최금강과 김준완도 각각 필승조와 주전급 외야수로 쏠쏠하게 활약했다.
육성선수 외에도 하위 라운드 지명 선수들도 스타로 만들어냈다. 두산에선 8~9라운드 지명자인 양의지, 오재원이 김 감독 밑에서 기회를 얻어 성장했다. NC에선 9라운드에 뽑은 권희동이 지금까지 주전으로 롱런하고 있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를 잘한다. 하위 순번이나 육성선수라도 뭔가 하고자 하는 의지와 간절함이 보이면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2021년 10라운드 투수 문승진, 지난해 육성선수로 입단한 투수 김도빈도 이번에 처음으로 1군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 대전 신구장 첫 해로 반드시 성적을 내야 하는 시즌이지만 김 감독은 음지에서 묵묵히 노력하는 선수들에게도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숨겨진 잠재력이 폭발한다면 한화에도 김현수 같은 깜짝 스타가 나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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