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해 11월, 두산 베어스와 트레이드 빅딜을 단행했다. 롯데는 신인왕 출신 불펜 투수 정철원(26)과 만능 내야수 전민재(26)를 데려왔다. 그런데 반대급부가 그리 작지 않았다.
롯데는 2023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더 '리틀 이정후' 김민석(21)과 함께 상무에서 전역한지 얼마 되지 않은 추재현(26), 그리고 우완 투수 유망주 최우인(23) 등 3명을 두산에 내줬다. 특히 롯데는 즉시 전력이면서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외야수 유망주 2명을 동시에 보냈다. 두산의 외야진이 부실한 사정도 있었지만 롯데 역시도 20대 초중반의 외야수 유망주 2명을 동시에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하는 결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롯데가 과감하게 트레이드를 결정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지난해 11월 상무에서 전역한 우타 외야수 조세진(22)의 존재 때문이다. 조세진은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의식하지 않으려고 해도 주위에서 말씀들을 많이 하신다. ‘그만큼 너에게 기대를 하고 있어서 트레이드를 한 거 아니겠냐’라고 하신다. 하지만 결국 내가 잘해야 기회를 잡고 이뤄낼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 것에 더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라고 초연하게 답했다.
2022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로 지명된 조세진은 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우타 외야 유망주 자원이었다. 특히 고교 시절부터 전문 외야수로 성장했다는 게 강점이었다. 큰 기대감을 품고 2022시즌을 맞이했지만 39경기 타율 1할8푼6리(86타수 16안타) 6타점 OPS .416의 성적으로 마감했다. 1~2군을 오가면서 기회를 받은 편이었지만 1군의 벽은 높았다.
신인 시즌을 마치고 조세진은 군 문제를 해결했다.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하면서 치열한 1군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의 야구를 재정비 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조세진은 1년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군 복무와 함께 몸과 마음을 다잡았다. 지난해 상무에서는 93경기 타율 2할6푼1리(303타수 79안타) 8홈런 54타점 OPS .776의 성적을 기록하고 전역했다. 또 지난해 퓨처스 올스타전에서는 MVP까지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해 상무에서 가장 많은 경기에 출전한 타자였다. 비록 2군이었지만 풀타임 시즌을 소화했다. 경기에 나서면서도 성적에 대한 부담이 크게 없었기에 많은 것들을 실전에서 테스트 해볼 수 있었다. 그는 상무 시절을 되돌아보며 “2군이라도 1년 동안 풀시즌을 치러봤다.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것을 많이 시도했고 타격폼이나 다른 부분들은 하루하루 경기를 치르면서 많이 배웠다. 연습도 연습이지만 경기를 해야 느끼는 게 정말 많다고 생각한다. 정말 많이 느꼈다”라고 밝혔다.
또한 “풀시즌을 뛰어보면서 몸 관리 노하우들을 조금 더 배울 수 있었다. 롯데 2군에 있었을 때는 그래도 1군을 올라갔다가 내려오고는 했으니까 하나의 리그에서 꾸준하게 풀시즌을 뛰어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동안 잘 몰랐으니까 제가 몸소 느낄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조세진은 상무에서 많은 실험을 하면사 ‘내 것’을 찾아갔다. 그는 “타격폼과 타이밍을 정말 많이 바꿔봤다. 상무 감독님과 코치님 모두 타격폼을 지켜보시면서 꾸준히 대화를 했다. 안 좋을 때는 안 좋고 다른 것을 해봤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셔서 많이 배웠던 것 같다”며 “다리를 들어 보고 끌어보고 또 찍어도 봤고 스윙을 크게 할 때도 있었고 컨택에 집중할 때도 있었다”며 “1년 반이라는 길다면 길고 적다면 적은 시간 동안 그 많은 것들을 시도해봤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정말 큰 경험이었다. 제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고 뭘 해야 하는지를 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다양한 시도의 결과물을 들고 전역했고 롯데의 1군 코칭스태프 앞에 섰다. 전역 후 곧장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로 향했다. 더하고 빼면서 조세진 만의 야구를 찾아가고 있다. 그는 “다시 새로운 코치님들을 만났다. 코치님들께 또 배우면서 제가 하려고 했던 것에 더하고 빼는 게 되는 것 같아서 너무 공부가 된다”라며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서 타격에 대해 임훈 코치님, 이성곤 코치님, 김태형 감독님까지 저에게 스윙에 대해 안 좋은 점, 좋은 점 등을 말씀 많이 해주셨다. ‘무조건 해’라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이런 방법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셨고 조언을 해주셨다. 코치님과 대화를 하면서 어떤 게 정답에 가까울지 찾아가는 시간들이 너무 좋았다”라고 강조했다.
임훈 타격코치도 조세진을 마무리캠프 때 처음 봤고 처음 지도해봤지만 “이 친구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전했다. 그만큼 조세진은 돌아온 뒤 많이 공감하고 많이 배웠다.
빠르게 상무를 다녀오며 군 문제를 해결했기에 “후련하다”고 말하는 조세진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제는 도망칠 곳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상무에 입대할 때 도망간다는 생각은 아니었는데, 롯데 밖으로 나가는 것이지 않았나. 나쁘게 말하면 도망간다는 의미가 될 것 같기도 했다”라며 “내 선택으로 군대도 빨리 다녀왔으니까. 이제는 정말 야구 밖에 안 남았고 죽기 살기로 열심히 하려고 생각 중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군 입대 전 입단 동기 유망주였던 윤동희는 어느덧 주전 외야수로 성장했고 1년 선배였던 나승엽도 1루수 주전 자리를 차지했다. 또래들이 활약을 하는 모습을 보며 “사실 질투는 안 난다. 주전을 못 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당연히 할 것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도 “모든 게 달라졌다. 20살 때 받았던 기대나 지금의 기대는 다르다. 이제는 기대주가 아니라 자리를 뺏어야 하는 사람이 됐다. 기회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일단 올해는 1군에 최대한 오래 붙어 있어야 그 다음 목표가 생길 것 같다. 대만 1차 캠프를 무사히 소화하고 미야자키 2차 캠프, 그리고 시범경기 까지 오래 살아남고 있다. 1군의 시작을 사직구장에서 했으면 좋겠다. 지금의 목표는 그게 전부다”라고 결연히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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