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소재, 매력적인 배우로 뭉친 ‘트리거’. 2025년 디즈니+ 드라마 첫 라인업으로 나서며 기대작임을 예고 하고 있지만, 다소 아쉬운 캐릭터의 매력도가 극의 집중력을 떨어뜨리며 아쉬움을 남긴다.
‘트리거’는 나쁜 놈들의 잘못을 활짝 까발리기 위해 일단 카메라부터 들이대고 보는 지독한 탐사보도 프로 놈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오늘만 사는 팀장 ‘오소룡’(김혜수 분), 사회성 제로 중고신입 ‘한도’(정성일 분), 긍정잡초 ‘강기호’(주종혁 분)가 선보이는 범죄 스릴러 코미디물이다.
숱하게 보아왔던 ‘범죄 스릴러’물과 ‘트리거’만의 차별점은 극명하다. 작품은 하나의 사건을 큰 줄기로 둔다. 이어 ‘트리거’ 팀원들이 해당 사건을 어떻게 힘을 합쳐 풀어나가는지에 대한 ‘팀업 플레이’는 물론, 여기에 더해 ‘트리거’ PD, 작가진의 방송 준비 과정까지 그리며 꽤 사실적인 방송국의 생태를 비춘다.
‘사건은 무겁지만 풀이는 가볍게’라는 주제 의식을 가지고 달려가는 작품은 많았지만, ‘트리거’는 현실서 익숙한 대표적인 몇 사건들을 가져오면서도, 경찰도, 형사도 아닌 ‘언론인’의 시선으로 흉악 범죄를 조명한다는 신선함을 잃지 않는다. 팀원들의 ‘티격태격’ 케미로 분위기가 가벼워졌다가도, 범죄의 잔혹함 앞에서는 다시금 진중한 시선으로 돌아와 선을 지킨다.
아쉬운 것은 극을 끌어가는 주 캐릭터 안에서 시청자가 ‘공감대’를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탐사보도 트리거의 팀장 오소룡은 프로페셔널하면서도 자신감과 정의감으로 똘똘 뭉쳐있는 캐릭터다. 일부분 몸 개그를 담당하며 허술한 면을 보이는 듯도 하지만, ‘트리거’의 팀장인 만큼 가장 강한 사명감으로 움직이는 인물이기에 한편으로는 사방이 막혀 있는 완벽한 캐릭터로 비쳐 시청자가 쉽게 몰입하기는 어려운 캐릭터다.
정성일이 맡은 ‘한도’라는 캐릭터 역시 마찬가지다. 어찌하다 드라마국에서 탐사국까지 흘러들어오게 됐는지, 자세한 사연을 알 수 없어 파악과 공감이 어려운 캐릭터다. 게다가 ‘엄마는 나빴동, 아이는 활동, 나는 출동' 이라는 대사를 읊거나 팀원들에게 이유 없이 한껏 가시를 세우는 한도는 Z세대를 갈망하는 철없는 X세대 같은 면모를 보이니, ‘본체’ 정성일의 매력 외에는 캐릭터 속 매력은 찾기 어렵다.
그나마 전문대 출신에 계약직으로 무시당하지만, 정의감 하나로 잡초처럼 ‘트리거’ 팀에 붙어있는 ‘열정 막내’ 조연출 ‘강기호’는 여러모로 시청자에게 있어 ‘공감 포인트’를 다수 가지고 있는 캐릭터다. 하지만 주로 사건을 이끌어가는 두 캐릭터에서 공감대를 찾기 힘드니, 작품 안에 이입해 함께 현장을 뛰는 ‘팀원’의 기분이 들지 않고, 자연스레 작품 전체에 대한 몰입도까지 떨어지게 된다.
물론 향후 에피소드에서 풀어갈 서사에서 캐릭터에 대한 설득력과 매력을 더할 기회는 충분히 있다. 존재만으로도 매력이 넘치는 김혜수, 정성일, 주종혁의 연기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무엇보다 국내 최초, 방송사 탐사보도국을 배경으로 소재를 잡은 만큼, 타 범죄 스릴러물과는 극명히 다른 점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스릴러와 코미디, 무거움과 가벼움, 또 캐릭터의 매력과 사건의 섬세함을 고루 그려나갈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1월 15일 디즈니+ 공개, 15세 관람가, 12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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