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년 전 1월 9일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가수 바비킴이 '기내 난동'이라는 오명에 휩싸였다. 대기업 국적기 항공사의 오발권 실수와 미흡한 대처는 휘발되고, 가수 개인의 평판만 추락했다. 사건 발생 10년 만에 자세한 과정과 결과 및 근황을 들여다 봤다.
# 바비킴 '기내 난동' 여론 재판 시작
지난 2015년 1월 9일 오전, 바비킴의 기내 소동이 국내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바비킴의 출국은 보도 이틀 전이던 2015년 1월 7일 오후에 있던 바. 사건 발생 이틀 만에 바비킴의 관련 소식이 '바비킴 기내 난동'으로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확산됐던 것이다.
당시 대한항공 측은 바비킴이 인천을 출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대한항공 일반석에 탑승했으나, 비행 약 5시간 만에 술에 취해 고성을 지르며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항공사 측은 바비킴이 승객들을 치는가 하면, 여성 승무원에게 숙소와 연락처를 묻고 껴안으려고 시도를 하는 등 성희롱까지 했다고 피력했다.
1994년 닥터레게 1집 앨범 'One'으로 데뷔한 바비킴은 특유의 부드러운 음색과 독보적인 소울로 호평받았다. 특히 드라마 '하얀거탑' OST '소나무'를 비롯해 노래 '사랑 그 놈', '고래의 꿈'이 대표적인 히트곡으로 사랑받았던 바. 예능 '나는 가수다'까지 출연하며 국내 대표 보컬리스트 중 한 명으로 꼽히던 그의 기내 난동 소식은 대중에게 충격을 자아내며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 알고 보니 '비즈니스' 샀는데 '이코노미' 주고 안 바꿔준 항공사 오발권
떠들썩한 여론재판 속에 당시 바비킴 측 관계자는 같은 날 OSEN에 "공식적인 사과도 필요하겠지만 우선 샌프란시스코 지점을 통해서 승무원에 사과의 말을 전했다. 바비킴은 당시 와인을 마시고 취해서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공식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동시에 억울함도 피력했다. "좌석 문제로 기분이 안 좋은 상태였던 것은 맞지만, 비행기 탑승 후 기분을 풀고 와인을 달라고 했던 것"이라고 해명한 것이다.
실제 바비킴은 본명 로버트 도균 김(Robert DK KIM)의 재미교포 출신으로, 자신의 생일인 1월 12일을 앞두고 미국에 있는 누나를 만나기 위해 당시 항공권을 예매했다. 그는 앞서 보유했던 마일리지 포인트로 비즈니스석을 예약했던 상황, 그러나 항공사 측의 실수로 이코노미석 동명이인 승객과 좌석이 바뀌어 오발권 되는 일이 발생했다. 탑승구에서 이를 알게 된 항공사는 바비킴에게 다시 티켓을 발권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비즈니스석이 아닌 이코노미석으로 배정됐다.
바비킴은 자신으로 인해 비행기 출발이 20분이나 늦어지자 다른 승객들의 불편을 고려해 우선 탑승할 것을 결정했다. 단 항공사 측에 "자리는 (비즈니스석으로) 바꿔달라"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미 이코노미석을 고가에 구입한 다른 승객에게 비즈니스석이 제공된 상황. 바비킴은 10시간이 넘는 항공기에서의 시간을 항공사 측 실수로 계획과 달리 비즈니스석에서 보낼 수 없게 됐다. 이 가운데 기내에서 제공된 와인을 마시다 항의하며 기내 난동 사건에 휘말린 것이다.
# '땅콩 회항' 도매급 묶인 '바비킴 기내 난동'
항공사 측의 오발권 실수가 뒤늦게 알려지며 바비킴을 옹호하는 여론도 생겼다. 바비킴과 같은 항공편을 이코노미석에서 이용했다고 주장한 또 다른 승객은 난동이 있던 줄도 몰랐을 정도로 전 승객에 피해를 준 게 아닌 점을 강조하며 바비킴을 감쌌다. 더불어 비즈니스석과 이코노미석 가격 차이가 큰 만큼 마일리지 포인트로 정당하게 가격을 지불하고도 서비스를 누리지 못한 바비킴을 감싸는 일부 여론도 생겨났다.
그러나 바비킴보다 불과 1개월 여 전인 2014년 12월 5일, 대한항공이 소위 '땅콩회항'으로 불린 당시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갑질'로 인한 이륙지연 사건으로 떠들썩했던 터. 바비킴 역시 이와 한 데 묶여 '바비킴 기내 난동'으로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하며 뜨거운 감자가 됐다. 결국 바비킴 측은 사유를 막론하고 성실한 조사와 승무원에 대한 사과를 약속했고, 당시 출연 중이던 'TV예술무대'와 같은 모든 방송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물론 처벌도 받았다. 바비킴은 사건 발생 약 반년 만인 같은 해 6월 11일, 인천지법으로부터 항공보안법 위반 및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벌금 400만원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항공사의 실수가 비비킴의 음주에 영향을 끼친 점, 주변 승객에게 불안감은 줬지만 일부 승객들이 그의 소란을 알지 못했을 정도로 행위가 중하지 않은 점, 강제추행 피해자인 승무원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을 양형 이유로 설명했다.
# 바비킴 벌금 400만원+잃어버린 10년 VS 대한항공 과태료 500만원+?
항공사에게도 처벌은 있었다. 바로 과태료 500만원. 항공보안법에 따르면 항공사는 국토부에서 승인받은 자체 보안계획에 따라 승객들의 신원을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바비킴에게는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탑승권을 내줬던 바. 항공사가 자체 보안계획을 이행하지 않으면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돼 있는데, 당시 국토부에서 500만원을 결정한 것이다. 상대가 국내 1위의 대기업 항공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솜방망이에 가까운 처벌이었다.
더욱이 바비킴은 해당 사건으로 긴 자숙 시간을 가졌다. 사건 발생 1년 뒤인 2016년 2월에야 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 OST로 간신히 신곡을 냈고, 개인 음반 활동은 사건 4년 만인 2019년에 본격적으로 전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무대가 줄어들며 더욱 입지가 좁아졌다.
그는 지난 2022년 아내와 결혼하며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기도 했다. 지난해에도 대구, 광주, 제주 등 전국 각지를 돌며 꾸준한 무대와 행사 등으로 음악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기내 난동 사건' 하나로 항공사 오너 일가의 '갑질'과 도매급으로 묶여 망쳐버린 이미지를 회복하기엔 역부족인 실정이다. 사건 발생 10년, 논란은 희미해졌고 양측 모두 벌금과 과태료는 물었으나 잃어버린 시간의 손해는 바비킴 개인에게 더욱 치명적으로 남은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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