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가서 딸과 말을 못할 정도로 너무 피곤했다.”
이영택 감독이 이끄는 GS칼텍스는 지난 7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흥국생명과의 홈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2(25-19, 25-18, 22-25, 21-25, 15-13)로 승리했다.
최하위 GS칼텍스는 1위팀을 제물로 14연패 수렁에서 탈출하며 시즌 2승 17패(승점 8)를 기록했다. 작년 11월 1일 광주 페퍼저축은행전(3-1) 이후 무려 67일 만에 승리이자 시즌 첫 홈경기 승리였다.
승리의 주역은 ‘쿠바 폭격기’ 지젤 실바였다. 공격점유율 57.14%와 함께 양 팀 최다인 51점을 몰아치며 팀의 14연패 탈출에 앞장섰다. 50점을 넘기는 투혼 속에서도 공격성공률이 57.14%에 달했다. 16점(공격성공률 35.56%)에 머문 상대 에이스 김연경 앞에서 전위와 후위를 가리지 않고 흥국생명 코트를 폭격했다.
경기 후 만난 실바는 “이겨서 기분이 굉장히 좋다. 경기 전 굉장히 떨렸는데 팀이 한 단계 성장한 느낌이 들었다”라며 “연패 기간 짜증이 많이 났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강인하게 버티려고 했다. 내가 할 것에 집중했고, 포기하지 않고 팀원들을 도우면서 연패에서 벗어나려고 했다”라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이영택 감독은 14연패 탈출 요인으로 이른바 휴식기 지옥훈련을 꼽았다. 이 감독은 “짧은 휴식기였지만, 시즌 때 할 수 있는 훈련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훈련을 시켰다. 그런데 선수들이 불만 없이 잘 따라와 줬다. 고맙다”라고 밝혔다.
실바도 이에 동의했다. 그는 “휴식기 동안 굉장히 준비를 많이 했다. 훈련도 많이 했다”라며 “정말 미친 듯이 훈련했는데 그런 점이 잘 돼서 오늘(7일) 같은 결과가 나온 거 같다. 우리의 희생이 성과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다. 집에 가면 너무 피곤해서 딸과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훈련을 했던 거 같다”라고 설명했다.
세트 스코어 2-0에서 3, 4세트를 내줘 5세트가 성사됐을 때 기분은 어땠을까. 실바는 “3세트 마지막에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이 컸다. 잘하고 싶어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라며 “4세트부터 불안감을 내려놓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불안감을 떨치기 위해 스스로 많이 싸웠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동료들이 그걸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줬다. 팀 전체가 하나의 선수처럼 경기했다. 좋았다”라고 팀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놀랍게도 실바의 이날 51점은 그의 커리어 최다 득점이 아니었다. 실바는 “4~5년 전 필리핀리그에서 56점을 올렸던 기억이 있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V리그 여자부의 한 경기 최다 득점 기록은 2017-2018시즌 메디(IBK기업은행), 2013-2014시즌 바실레바(흥국생명)의 57점. 실바에게 기록 경신에 대한 욕심이 있냐고 묻자 그는 “내가 지금 20대 초반도 아니고 매 번 득점 기록을 세울 때마다 ‘이게 최대겠지’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계속 많은 득점을 올리는 걸 보면 내가 57점을 깨더라도 놀라지 않길 바란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실바에게 끝으로 후반기 및 새해 목표를 물었다. 그는 “우리 팀이 성장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되고 싶다. 팀이 최대한 많이 이길 수 있도록 도울 것이고, 몸관리도 잘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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