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들었던 K리그를 팬들의 비난 속에 떠났던 김상식 감독이 베트남에서 '영웅'이 됐다. 위기를 그 누구보다 잘 극했다.
'라이벌' 태국을 꺾고 베트남의 아세안챔피언십(미쓰비시컵) 우승을 이끈 김상식 감독은 7일 국내 언론사들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이번 대회 통해서 전북현대(이하 전북) 팬들에게 보여준 것 같다.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다"라고 말했다.
선수~코치~감독으로 15년간 전북에 몸담고 있던 김상식 감독은 2023년 5월 기나긴 동행에 마침표를 찍었다. 성적이 팬들의 기대애 못미쳤단 이유에서 자진 사퇴했다.
2009년 전북에 입단한 그는 플레잉 코치(2013년)~수석코치(2014~2020년)를 거쳐 조세 모라이스 감독(포르투갈) 후임으로 2021년 전북 제6대 사령탑 자리에 올랐다.
오랜 기간 전북과 함께했던 김상식 감독은 2023시즌 만큼은 표정이 밝지 못했다. 결과로 말하는 프로 세계에서 결과가 따라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상식 감독 경질 직전 전북은 K리그1 2023시즌 10경기에서 승점 10점 획득에 그치며 10위에 머물고 있었다. 팬들은 경기장에서 "김상식 나가"를 외치곤 했다. 결국 그는 먼저 구단에 사퇴 의사를 전했다.
김상식 감독이 전북에서 물러날 때, '그의 과거가 함께 지워져선 안된다'는 의견이 있었다.
전북에서 김상식 감독은 현역 당시 정규리그 우승 2회(2009, 2011), 코치로 신분을 바꾼 뒤엔 6번(2014, 2015, 2017, 2018, 2019, 2020)이나 정상에 올랐다. 이어 감독 신분이었던 2시즌 동안 정규리그와 FA컵 1차례씩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009년부터 동행을 마칠 때까지 김상식 감독은 무려 9차례 전북의 리그 우승 순간을 함께 한 것이다.
그가 부임 첫 해(2021년) 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전북을 리그 5연패에 올려놓은 것은 그중 하이라이트다.
김상식 감독은 2022시즌 리그 준우승을 한 뒤 정상 탈환을 노렸다. 그러나 뜻대로 풀리지 않아 2023시즌 중도에 팀을 떠나 무직 생활을 하다 2024년 5월 베트남에서 다시 지도자 생활을 이어갔다.
화상인터뷰에서 김상식 감독은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이번 대회 통해서 전북 팬들에게 보여준 것 같다"라며 "미운정 고운정 다 든 것 같다. 한 번씩 전북현대 팬들의 ‘나가’라는 소리가 그립기도 하다"라고 농담을 건넸다.
한국과 베트남 선수들의 비슷한 점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의 잘 지키고, 감독 말이라면 잘 따라와 준다"라고 설명했다.
최원권 이운재 등 한국 코치들의 존재도 큰 힘이 됐다고 덧붙였다. 김상식 감독은 "언제 잘릴지 모르는 저를 믿고 베트남까지 와서 고생이 많다. 환경이 한국처럼 좋진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칭스태프들이 각자 위치에서 해야 할 일을 잘했기 때문에 큰 무리 없이 좋은 성과 이뤘다고 생각한다"라고 고마워했다.
한편 베트남은 지난 5일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 국립경기장에서 태국과 미쓰비시컵 결승 2차전을 치러 3-2로 승리했다.
홈에서 열린 1차전 2-1 승리를 안았던 베트남은 1,2차전 합계 5-3으로 우승컵을 차지했다. 베트남은 이 우승으로 2008년, 2018년에 이어 통산 3번째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특히 베트남은 박항서 감독이 이끌던 지난 2018년 이후 7년 만에 정상 탈환을 이뤘다. 김상식 감독은 베트남 사령탑 부임 첫 국제 대회 우승과 함께 박항서 이후 한국인 두 번째로 베트남에 우승을 안긴 사령탑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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