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열정적이어서 망언을 했다"…구단 최다승 투수 향해 직접 석고대죄, '호부지'는 왜 빠르게 반성했나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5.01.06 20: 40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신임 사령탑 이호준 감독은 부임 이후 자신의 청사진을 청산유수처럼 말했다. ‘준비된 지도자’로서 그동안 구상해 왔던 지도 방법과 훈련 방법 등을 팀에 적용시키고 있다. 선발진 구상도 후보군들의 경쟁을 얘기하면서도 구단의 창단 멤버이자 최다승(84승) 투수 이재학(35)에 대해서는 다른 기준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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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마무리캠프가 모두 끝나고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만난 이호준 감독은 “일본에서 연수를 받을 때 베테랑 투수가 있었는데 한 경기 던지고 엔트리에서 빠지고, 루틴대로 몸을 만들고 열흘 뒤에 다시 들어와서 던지더라. 그렇게 몇승을 했다”라면서 “이재학 선수도 그렇게 활용을 해보려고 한다. 고참 투수에게 회복시간을 주고 다음 등판 때 다시 전력 투구를 펼치게끔 배려를 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이미 이호준 감독은 이재학과 면담 과정에서 이런 의사를 전달했다. 사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았던 방식이다. 이호준 감독은 당시에도 “본인은 로테이션에 들어갈 수 있게 열심히 하겠다고 하더라. 시큰둥한 것 같다”라고 웃어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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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약 한 달이 지났고, 연말이 되자 이호준 감독은 생각을 바꿨다. 그리고 이재학에게 고개를 직접 숙였다. 그는 “12월 30일에 이재학 선수에게 전화해서 ‘감독이 너무 열정적이어서 망언을 한 것 같다. 진짜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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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랬을까. ‘초보 감독’의 의욕적인 계획이 선수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이재학 선수가 로테이션에서 빠지지 않기 위해, 지난해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준비를 굉장히 열심히 하고 있는 선수에게 헛소리를 한 것 같다”라고 밝혔다. 특히 이재학은 이호준 감독이 현역 때부터 함께했던 창단멤버이자 구단 최다승 투수다. 베테랑을 향해서 다시 예우를 한 것. 이재학은 지난해 21경기 모두 선발로 등판해 104⅓이닝 3승 12패 평균자책점 5.52의 성적을 남겼다. 2019년 이후 5년 만에 선발 100이닝을 넘어섰다. 올해는 4선발로 개막전을 맞이했다. 하지만 5월 말 우측 손가락 힘줄 부상으로 전열을 이탈했다. 외국인 에이스 카일 하트의 부상 등으로 다시 선발진에 복귀했지만 7연패로 시즌을 마무리 했다. 8월 이후 9경기 평균자책점 7패 평균자책점 7.59의 성적을 기록했다.
이재학은 구단 최다승 투수의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호준 감독은 자칫 이런 선수의 의욕까지 꺾을 뻔 했다. 하지만 빠르게 반성했고 베테랑을 경쟁의 장으로 다시 데려왔다. 이제 이재학은 신민혁 김영규 최성영 김태경 등 젊은 선수들과 선발진 경쟁을 펼치게 된다. 신민혁과 김태경은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고 재활을 진행 중인데 페이스가 빠른 편이다. 김영규도 지난해 팔꿈치와 어깨 통증으로 고전했다. 이재학도 충분히 경쟁을 펼칠 여건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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