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구 155km 스트라이크입니다".
2024시즌 가장 아쉬운 시선을 받는 KIA 타이거즈 선수를 한 명 꼽는다면 좌완 이의리(23)라고 볼 수 있다. 데뷔 시즌부터 양현종의 후계자라는 평가를 받으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국가대표 단골멤버였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을 조기에 접었다. 그래서 정규리그 우승에 힘을 보태지 못했고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지 못했다.
KIA는 2024시즌을 앞두고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타선도 탄탄했지만 마운드의 힘, 그 가운데 선발진의 무게감이 남달랐다. 새로운 외국인 듀오 윌 크로우, 제임스 네일이 입단했고 양현종 이의리 윤영철까지 이미 5선발을 구축했다. 이의리도 입단 4년째를 맞아 국내파 에이스로 발돋음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매년 성장했기 때문이다.
2021시즌 19경기에 등판해 4승5패, 평균자책점 3.61의 성적으로 무난하게 시즌을 완주했다. 2022시즌은 29경기에 선발등판해 규정이닝을 돌파했고 10승(10패)까지 거두었다. 2023시즌도 28경기 11승(4패), 평균자책점 3.86의 준수한 기록을 남겼다. 2023시즌 8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에서 중도탈락하는 불운도 겪었지만 심기일전해 시즌을 준비했다.
3년 연속 두 자릿 수 승리와 15승까지 가능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4경기만에 팔꿈치 부상으로 하차했다. 신인시절부터 세 시즌을 완주한데다 2021년 도쿄올림픽, 2023 WBC, 2024 APBC까지 대표팀에 참가하는 등 풀가동한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전문의 검진결과 재활을 하면서 투구가 가능하다는 소견이 나왔고 등판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구단은 에이스 계보를 이어야 할 간판투수의 더 큰 부상을 우려해 수술을 권고했다. 이의리도 고민끝에 수용해 수술대에 올랐고 시즌을 조기에 접었다. 더 큰 도약을 위해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이의리 대신 1년 후배 황동하가 바통을 받았다. 스피드업과 제구, 변화구 구사력까지 안정감 넘치는 투구로 이의리의 빈자리를 메웠다. 황동하 덕택에 선발진의 누수가 줄어들었고 불펜진의 과부하도 막았다.
KIA는 삼성을 9경기 차로 따돌리고 정규시즌 우승을 이루었고 12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컵까지 거머쥐었다. 이의리는 기나긴 재활치료를 받으며 선후배들을 열렬히 응원했다. 후배 곽도규는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중간투수로 등판해 위기를 막고 마운드에서 내려가며 이의리의 이름이 새겨진 반팔 티셔츠 세리머니를 했다. 선배의 빈자리를 아쉬워하는 마음이었다.
누구보다 이의리 본인이 더욱 아쉬웠다. 최근 이의리의 재활 근황을 알린 구단 동영상을 통해 "올해 목표가 한국시리즈 MVP였다"며 속마음을 보였다. 그래서인지 복귀에 대한 각오도 남달랐다. "내년 목표는 복귀전 초구 155km 스트라이크"라며 웃었다. 과하게 목표를 잡은 이유에 대해 "건강하게 복귀했다고 알려드리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의리의 복귀 시기는 재활에 따라 유동적이지만 6월 정도로 잡고 있다. KIA는 2025시즌도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다. 이범호 감독과 선수들도 정상 수성을 목표로 잡았다. 이의리가 6월 복귀해 강력한 구위로 힘을 보탠다면 우승 마운드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잠시 움추린 이의리가 화려한 복귀와 함께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포효할까? KIA 팬들에게는 흥미로운 관전포인트이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