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는 박찬호-박성한보다 이 남자였다…유격수 춘추전국시대, '호부지의 남자'도 본격 참전하나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4.12.29 17: 40

프로야구 유격수 춘추전국시대가 비로소 열렸다. 이제 2025년에는 이 선수도 본격 참전해서 경쟁을 펼치는 것일까.
올해 골든글러브 유격수 부문에서 치열한 득표 경쟁이 펼쳐졌다. 2022~2023년, 2년 연속으로 LG 트윈스 오지환이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올해는 오지환이 밀려난 가운데 KIA 타이거즈 박찬호, SSG 랜더스 박성한의 2파전 양상이었다. 결국 박찬호가 처음으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유효표 288표 중 154표(득표율 53.5%)를 획득했다. 박성한도 118표(득표율 41%)를 기록했다. 두 선수 모두 수상의 자격이 충분했다. 투표인단의 성향과 어떤 지점을 가중치에 두느냐에 따라 표가 갈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골든글러브 경쟁에서는 2파전 양상이었지만 상위 5명의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WAR⋅스포츠투아이 기준)에서는 상위 5명의 격차는 꽤나 촘촘하다. 박성한이 2.72로 1위였고 그 다음으로 줄을 세우면 오지환(2.43), 박찬호(2.37), 삼성 이재현(2.33), NC 김주원(1.94)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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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탯티즈’ 기준 WAR은 다른 데이터를 제시한다. 골든글러브 경쟁을 펼쳤던 박찬호와 박성한이 아닌 김주원이 유격수 부문 1위였다. 김주원은 ‘스탯티즈’ 기준 WAR 3.70으로 유격수 1위였다. 박성한이 3.60으로 2위였고 이재현 3.03, 박찬호가 2.78이었다. 기준에 따라서 누가 올해 최고의 유격수였는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그럼에도 후반기 한정으로 기준을 두자면, 김주원이 리그 최고의 유격수였다고 불려도 손색이 없었다.김주원은 올 시즌 134경기에서 타율 2할5푼2리(385타수 97안타) 9홈런 49타점 61득점 16도루 출루율 3할7푼1리 장타율 .379 OPS .750의 성적을 남겼다. 후반기로 기간을 한정시킬 경우, 성적은 더 상승한다. 57경기 타율 3할2푼(175타수 56안타) 4홈런 21타점 32득점 출루율 4할3푼6리 장타율 .469 OPS .905의 성적을 남겼다. 후반기 유격수 타율과 OPS, 장타율 모두 1위에 해당한다. 
사실 김주원은 전반기 내내 슬럼프에 허덕였고 쉽사리 헤어나오지 못했다. 개막 3경기를 무안타로 시작하더니 2할 타율을 찍는 것도 힘겨웠다. 경기에 꾸준히 나섰지만 결과적으로는 독이었다. 전반기가 끝났을 때 성적은 77경기 타율 1할9푼5리(210타수 41안타) 5홈런 28타점 29득점 출루율 3할1푼5리 장타율 .305 OPS .620에 그쳤다. 그나마 후반기부터 살아나면서 지금의 성적을 찍었다. 후반기의 타격감은 유격수 중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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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에서 부침을 겪으며 성장통에 시달렸지만 수비는 아니었다. 2023시즌 제대로 주전 유격수로 도약해 1030이닝 동안 30개의 실책을 범했던 김주원. 그러나 올해는 1023⅔이닝 동안 18개의 실책만 범했다. 수비 이닝은 비슷했지만 실책 수는 절반 가까이 줄였다. 유격수 중에서는 박찬호(1120⅓이닝) 박성한(1115이닝)에 이어 3번째로 많은 이닝을 소화했고 실책은 4번째로 많았다. 박성한과 박찬호가 23개 씩을 기록했고 롯데 박승욱이 22개의 실책을 범했다. 그 다음이 김주원. 수비적으로는 효율적이면서 안정적인 수비를 펼쳤다고 해석해도 됐다. 
새로 부임한 이호준 감독은 올해 LG 트윈스 수석 코치 시절에도 김주원의 슬럼프를 눈여겨 봤다. 김주원의 잠재력과 가치를 일찌감치 확인했고 타 팀이었음에도 어떻게 했어야 했을지 나름의 생각도 했다.
이호준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 당시 김주원과 포수 김형준을 두고 “슬럼프가 길어지면서 폼도 매일 바뀌는 것 같더라. 경기를 계속 나가고 연습한다고 해결이 안된다. 시즌 중 폼을 바꾸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힘들어 하는 게 느껴졌다. ‘한 템포 쉬게 해주지’라는 생각도 했다”라고 안타까웠던 순간을 되돌아보기도 했다.
비교적 혹독한 성장통을 치른 끝에 김주원은 올 시즌이 끝나고 다시 WBSC 프리미어12 대표팀에 소집됐다. 김주원의 후반기 반등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는 의미였다. 이미 잠재력은 모두 확인한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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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포지션 경쟁자인 김휘집이 있지만, 이호준 감독은 김주원을 주전 유격수로 못박았다. 김휘집의 포지션을 3루수로 고정시키려고 한다. 김휘집을 3루수로 돌리려는 순간 부터 이호준 감독은 김휘집을 향해 “너 (김)주원이 이길 수 있겠냐”라고 물었다. 이호준 감독의 마음 속에는 이미 김주원이 팀 내 최고의 유격수 자원으로 자리잡은 것.
지난 2년 동안 거침없이 성장세를 이어가던 김주원. 올해는 성장세가 꺾이는 듯 했고 출구를 찾기 힘들 정도로 부진의 터널에 휩싸이며 성장통을 겪었다. 하지만 짧은 기간 김주원만큼 희노애락을 겪은 선수도 드물었다. 결국 후반기에는 슬럼프를 극복하고 반등해서 2025년의 희망을 다시 확인했다. 김주원까지 성장통을 딛고 껑충 스텝업 한다면, 2025년 유격수 춘추전국시대는 더욱 격화될 수 있다. 과연 ‘호부지의 남자’ 김주원이 2025년 대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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