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현(25, KB금융그룹)이 제주에서 눈물을 왈칵 쏟았다. 1일, 제주도 서귀포시 우리들 골프&리조트(파72/6,435야드)에서 열린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총상금 9억 원, 우승상금 1억 6,200만원)’에서 3년만에 ‘다시’ 우승했기 때문이다.
3년만에 ‘다시’ 우승했으면 눈물보다는 ‘인연’을 먼저 떠올려야겠지만 그 간 오지현이 처했던 사정을 알고 나면 그럴 수가 없다.
오지현의 1일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우승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개인통산 7번째 우승이었다. 승수로 보면 KLPGA 투어를 대표하는 스타급이다. 우승이 무덤덤할 때도 됐다.

문제는 지난 3년간의 성적이다. 오지현은 통산 6번째 우승을 3년 전인 2018년 8월, 바로 이 대회에서 일궜다. 그리고는 깊은 슬럼프에 빠졌다.
올해 성적도 처참헀다. 오지현은 올해 13개 대회에 참가해 컷 탈락만 7차례 했다. 직전 대회였던 에버콜라겐 퀸즈크라운에서도 컷 달락했다. 우승 인터뷰에서 오지현이 왈칵 눈물을 쏟았던 이유가 이 과정으로 설명이 된다.
깊은 침묵에도 불구하고 요즘 오지현의 주변엔 기대감이 슬슬 일고 있었다. 7월 11일 막을 내린 ‘대보 하우스디 오픈’을 3위의 성적으로 마쳤기 때문이다.

마침내 모든 인연의 끝이 3년 전 약속의 땅, 제주로 내달렸다. 6번째 우승을 했던 바로 그 대회에서 오지현은 첫 날부터 기세를 올리기 시작했다. ‘제주삼다수 마스터스’는 2021 KLPGA 투어 15번째 대회이자 상반기 마지막 대회다.
오지현은 첫날 67타를 쳤고 나머지 사흘간은 69-67-68타를 쳤다. 그러나 이 숫자는 결과지에 적힌 스코어일 뿐이다. 대회 2라운드부터 날씨가 애를 먹이기 시작했다. 악천후 탓에 주어진 시간에 라운드를 다 마칠 수 없었다. 오지현도 3라운드와 4라운드는 잔여경기를 먼저 치르고 나서야 했다.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1일의 4라운드에서는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챔피언조에서 함께 경기한 홍정민의 기세가 하늘을 찔렀기 때문이다. 홍정민은 올 시즌 신인이지만 최종라운드 챔피언조에서도 전혀 주눅들지 않는 경기력을 보였다. 첫 홀을 더블보기로 시작하기는 했지만 이후 빠르게 정상을 되찾아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를 잡았다.

오지현도 첫 홀은 보기로 시작했다. 나중에 인터뷰에서도 밝혔듯이 “홍정민이 워낙 잘하고 있어서 많이 긴장하고 쳤다. 특히 16번홀에서는 홍정민이 버디를 기대할 수 있는 거리에 붙여 놔서 이 홀에서 버디를 못하면 어렵겠구나 생각하고 퍼트를 했다. 다행히 그게 들어가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오지현은 16번홀에서 5미터는 족히 되는 거리에서 버디를 성공시키며 16언더파를 만들었고, 이 퍼트가 추격자의 희망을 끊은 결정타가 됐다. 오지현의 버디에 놀라 홍정민은 오지현 보다 훨씬 가까운 거리의 버디 퍼트를 놓쳐버렸다.
만약, 오지현이 16번홀에서 버디를 놓치고 홍정민이 버디를 성공시켰더라면 결과는 크게 달라졌을 지도 모른다. 16번홀의 극적인 버디는 오지현의 3년 침묵을 깨는 한 방이 됐다. 나흘 내내 한 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는 와이어투와이어로 자축도 했다. 최종합계는 17언더파 271타다.
루키 홍정민이 3타차 2위, 슬럼프를 겪고 있는 최혜진이 12언더파 공동 3위로 경기를 마쳤다. 시즌 최다승에 도전하는 박민지도 12언더파 공동 3위.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