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서 중원을 장악하지 못하는 팀은 바랄 게 행운밖에 없다. 공격과 수비의 원활한 전환은 미드필더가 얼마나 튼실한가에 따라 결정된다. 자동차에서는 중형차가 미드필더 구실을 한다. 급을 높혀 대형차로 갈지, 보수적인 판단아래 소형차를 선택할 지는 중원을 장악한 차로부터 직간접의 영향을 받는다.
지난해 기아자동차는 내수 판매 52만 8,611대를 달성했다. 전년대비 2.0%가 성장했고 4년 연속 50만 대를 돌파하는 저력을 보였다.
전통적으로 기아자동차는 RV 부문이 강세다. 그런데 작년의 경우는 좀 달랐다. K3, K5, K7, K9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K 시리즈’의 약진이 돋보이는 한 해였다. 지난해 K 시리즈는 14만 5,837대를 팔았다. 기아차의 전체 내수 판매 대비 27.6%나 되는 비중이다.

2017년과 비교하면 바로 달라진 경향이 확인 된다. 2017년의 K 시리즈 판매량은 11만 4,480대였고 내수 판매량이 51만 8,474대였으므로 22.1%에 해당한다.
K 시리즈의 약진은 RV 부문 강자라는 기아차 고유의 전통, 세계적인 SUV 열풍 속에서 이뤄낸 성과라 더 돋보인다.
이 같은 결과는 최전방 공격수의 구실도 크겠지만 든든하게 허리를 지키는 미드필더가 있기에 가능했다.
미드필더의 뒷받침 없이는 화려한 골 세리머니도 없다는 사실이 수치로 입증된다. 지난 해 K5는 4만 8,502대가 팔렸다. K 시리즈 판매량의 33.3%를 차지하는 수치다. K 시리즈의 네 차종 모두가 작년 판매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중원의 지휘자, K5의 구실이 크게 두드러졌다.

K5의 독보적 행보는 경쟁 모델들의 시장추이와 비교하면 더욱 분명해진다. 지난 해 국내 중형 세단 시장은 극심한 한파를 겪었다. 현대차 쏘나타는 전년대비 23.6% 마이너스 성장을 했고, 쉐보레 말리부는 48.8%, 르노삼성 SM6는 38.2%가 빠졌다. 이런 와중에 K5는 35.7% 플러스 성장을 했다.
형제 집안끼리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상태가 됐다. 영업용 택시를 제외한 일반판매 수치만 비교하면 지난 해 쏘나타가 4만 2,559대, K5는 4만 861대가 팔렸다. 쏘나타 대비 96% 수준까지 따라갔다. 같은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2017년도 K5의 판매량은 쏘나타의 54% 수준이었다.
이쯤 되면 K5가 전체 K 시리즈의 약진을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원을 장학한 튼실한 미드필더가 수시로 득점권역으로 어시스트를 하고 있는 셈이다. 골문을 자주 두드리다 보면 골은 터질 수밖에 없다.
‘미드필더 대세론’은 결국 K5의 상품성에서 찾을 수 있다.
작년 1월 출시된 상품성 개선 모델 ‘The New K5’는 스포티한 변신이 주효했다. K 시리즈는 이미 패밀리룩을 정립한 단계이기 때문에 디자인이 획기적으로 달라질 수는 없다. 헤리티지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미세한 ‘터치’는 가능하다.
작은 변화였지만 ‘The New K5’가 주는 이미지는 많이 달랐다. 한결 스포티한 감성이 묻어났다. 세로바 타입의 음각 라디에이터 그릴과 LED 안개등이 다른 인상을 만들었다. LED 리어램프도 스포티한 감성에 일조했다. 중형 세단의 디자인이 화려하고 젊어지는 세계적인 추세와도 맞아 떨어졌다. SUV의 파상공격 탓에 점잔 빼는 중형세단 디자인은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반자율주행을 가능하게 하는 스마트 사양도 빼놓을 수 없는 경쟁력이다. 반자율주행 기능은 한 번 써본 사람은 이 기능 없으면 허전하다. 고속도로에서 휴게소에 들르지 않고도 운전자를 잠시 쉬게 할 수 있는 게 반자율주행이다. 운전자의 긴장감을 차가 대신해 주기 때문에 피로도는 한결 줄어든다.
‘The New K5’는 두 번째 트림인 프레스티지부터 스마트 사양을 채택할 수 있도록 했다. HDA(고속도로 주행 보조, 동급 유일), LKA(차로 이탈방지 보조), DAW(운전자 주의 경고)를 적절히 사용하면 휴게소에 들르지 않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운행을 해도 피곤하지 않을 수 있다.
미래를 정확하게 점치는 점쟁이는 드물어도 과거를 알아맞히는 점쟁이는 많다고 한다. 소비자의 선택 여부를 함부로 점칠 수는 없지만 이미 팔린 차를 두고 그들이 왜 선택했는 지는 말할 수 있다.
지난해 기아차 내수 성장의 중심엔 ‘K 시리즈’가 있었고, K 시리즈 약진의 미드필드엔 K5가 있었다. 소비자들의 선택만큼 무섭고 분명한 게 없다. /100c@osen.co.kr
[사진] 기아차 The New K5.